시국의 아쉬움이 남았던 JW 메리어트 방콕 조식 리뷰
by tripcompany93 · Published · Updated
JW 메리어트 방콕 조식, 코로나 시대의 아쉬움
호텔은 꽃다발이네요. 수영장도 꽃이고, 스파도 꽃이고, 룸서비스도 꽃이고. 꽃이 한두송이가 아니잖아요. 어제 와인을 먹고 일찍 잠들어 자연스레 다음 날에도 눈이 일찍 떠졌습니다. 아침 7시, 호텔이 품은 여러 송이의 꽃 중 하나인 JW 메리어트 방콕 조식 뷔페를 먹으러 내려왔습니다.
JW카페는 세계의 여러 JW 메리어트 호텔들이 공용으로 사용하는 뷔페 브랜드입니다. 한국에서는 두 브랜치 모두 자체 뷔페를 운영하지만요. 동대문은 타볼로24, 반포는 플레이버즈. 하지만 동남아 근처에 있는 홍콩, 하노이의 JW 메리어트는 둘 다 방콕과 같은 JW카페를 운영합니다.
엄청나게 넓거나 혹은 가짓수가 미친듯 다양하지는 않습니다. 중간에 큰 아일랜드가 두 개 있어요. 하나는 주스, 과일, 요거트 등 디저트 섹션. 나머지 하나는 에그스테이션과 베이컨, 소시지 등이 있는 그릴 섹션이에요. 그리고 나머지 작은 아일랜드 한두개와 기둥 쪽으로 베이커리, 치즈, 연어 등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가장 안쪽, 길다란 벽쪽을 따라서는 누들 섹션과 팟타이, 카우팟, 구운 버섯 등이 있었구요. 전체적으로는 손님도 적고 진열도 제한되어서 그런가 가짓수도 좀 적어보였습니다.
웨이터가 커피나 차 등 원하는 음료를 물어봅니다. 커피는 왠지 땡기지 않아 밀크티로 받았습니다. 그런데 전혀 달지 않더라구요. 딱 홍차에 우유만 넣은 상태. 설탕 세 봉지를 넣으니까 보통 먹는 밀크티 맛이 나면서 몸이 당분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차를 한 잔 마시니 갑자기 허기가 찾아와 카메라도 그냥 내팽겨지고 한 접시 가져왔습니다. 구운 베이컨과 소세지, 버섯. 해시브라운과 계란 후라이, 그리고 계란 찜처럼 생긴 오믈렛과 훈제 연어.
접시에서 으뜸은 잘 구워진 베이컨이었습니다. 짭쪼름한 베이컨이 쿠키처럼 입안에서 부스러졌다가 녹는데 와, Savory가 이거죠.
아기 장난감처럼 생긴 연어 한 조각. 쬐그만 양파에 케이퍼 한 알, 그리고 홀스래디쉬 소스는 개미 눈물 방울만큼. 맛은 있지만 양이 너무해요. 두 조각, 아니 세 조각 얹어줬으면 참 행복했을텐데.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닐 힘이 생겼습니다. 접시가 참 커다랗습니다. 제 머리보다 더 커요. 서양 사람 배에 맞춘 크기겠죠?
한국 조식뷔페의 베이커리 섹션보다 좀 더 달콤한 빵들의 비중이 높았습니다. 아쉽지만 과도한 밀가루는 제 배가 받지 않으므로 베이커리는 패스.
치즈도 간소화되었습니다. 에담치즈 한 종류. 접시당 하나씩.
연어가 이렇게 되어 있으면 많이 들고갈 수 없습니다. 접시 하나에 한 점. 속이 탑니다. 마음만 같아서는 한 열 접시 들고가서 막 집어먹고싶은데 그래도 좀 눈치란 게 있더라고요. 아마 예전에는 다른 뷔페처럼 접시에 가득, 그리고 케이퍼나 홀스래디시 소스도 따로 담아갈 수 있게 세팅되어 있었겠죠? 슬퍼요. JW 메리어트 방콕 조식에서 가장 마음아팠던 파트였네요.
위생은 철저합니다. 조리된 음식은 다 뚜껑이 씌워져 있고요. 손님도 비닐 장갑을 착용해야해요. 혹시나 깜빡한 손님이 있으면 대기하고 있던 직원이 와서 대신 음식을 떠주기까지 했고요. 고급 호텔답게 규칙, 규정에 철저합니다. 하지만 그래서 음식이 잘 보이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멀리서 봤을 때 몇몇 음식을 제외하곤 보이지 않아 눈으로 상상하는 맛이 없고 코로 느끼는 기대감이 없으니까요. JW 메리어트 방콕 조식의 아쉬운 점이 아니라 이 시대에 대한 아쉬움입니다. 오히려 이런 식으로 안전하게 운영을 해줘서 저는 고마웠고요.
빠작빠작 조리된 아메리칸 베이컨. 멀리서도 아름다운 자태를 볼 수 있는 몇 안되는 음식이었습니다. 참 영롱해요. 형태도, 냄새도요.
오믈렛과 써니사이드 업 등을 원하는 대로 만들어주는 에그 스테이션입니다. 해쉬브라운이 계란 옆에 딱 붙어있네요.
팟타이라는 글자를 본 것 같은데 기억을 되살려보니 아무래도 팟씨유인것 같아요. 청경채도 그렇고 굵은 면도 그렇고. 여튼 맛있었습니다.
뚜껑이 다 씌워져 있으니까 내가 뭘 보고 뭘 안봤는지 조금만 둘러봐도 가물가물하더라구요.
카우 팟과 팟타이, 소시지와 햄, 구운 연어와 토마토. 뷔페에서의 제 우선순위는 간단합니다. 웬만하면 열을 가한 거. 그리고 기름진거. 여기서 예외가 있다면 훈제 연어입니다.
굵은 면 쎈 야이, 얇은 면 쎈 렉, 라면 마마 등 다양한 면이 준비되어있는 누들 슽이션. 야채도, 고명도 여러가지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간단하게 작은 면, 쎈 렉과 돼지고기, 청경채와 숙주 약간만 넣어 완성한 쌀국수. 시원했습니다. 어제 다 비운 와인 한 병, 그리고 아까 먹었던 기름진 육류들이 깨끗히 씻겨 내려가는 느낌.
이렇게 뷔페 음식들에 다 뚜껑이 씌워지다보니 가장 시각적으로 강렬한 파트는 과일주스 섹션이었습니다. 오렌지, 포도, 구아바, 사과, 그리고 수박까지. 또 옆에는 하얀 요거트까지 있고요. 사람 눈 높이에는 아크릴이 설치되어 있구요. 손만 밑으로 쏙 넣어서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옛날에 오락실에서 백원짜리 넣고 게임하다가 밑에 나온 꾀돌이 먹던 기억이 나네요.
알로에와 수박 주스. 수박 주스는 원본 과일만큼 많이 달지 않습니다. 신 맛이 더 강조되었어요. 일부러 그런 풍미를 낸 걸까요? 아니면 오늘 수박이 많이 달지 않았던 걸까요? 방콕에서 먹었던 모든 수박이 전부 아주 달았기에 약간 예상을 벗어난 맛이었습니다. 왼쪽의 알로에주스도 보이는 것과 달랐는데 이건 좀 더 좋은 쪽으로요. 이 알로에 주스가 바로 착즙한 신선한 오렌지주스라면 한국의 시판 알로에주스는 쥬시쿨이에요. 쥬시쿨도 맛있지만 재료의 맛을 잘 보존하냐는 측면에서는 천지차이입니다. 갓 딴 코코넛 주스를 들이키는 것처럼 신선한 알로에였습니다.
중간에 확인 차 사인을 받아갑니다. JW메리어트 방콕 조식 가격은 976바트. 환율 40원으로 계산하면 39000원 언저리? 지금은 35000~36000원 사이일 거고요. 아직 호텔 조식을 따로 돈 주고 사먹는 개념은 적응이 안되네요. 처음 패키지로 한꺼번에 결제하는 거랑 개별로 결제하는 거랑 느껴지는 금전 감각이 달라요.
조식 음식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만족했습니다. 개별 재료나 음식의 퀄리티도 훌륭했고 JW 메리어트 방콕 조식 뷔페에서 지키는 방역 수칙도 인상 깊었고요. 다만 이 시대가 강요하는 음식 뚜껑들이 식욕와 기대감을 많이 낮춰서, 그게 아쉬웠을 뿐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