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방콕 리뷰, 힙한 럭셔리라는 애매한 포지션 위에서
by tripcompany93 · Published · Updated
포스팅 목차
W 방콕, 파티 분위기 + 럭셔리 브랜드...?
W 방콕, 그리고 W라는 브랜드
안녕하세요. 트립콤파니입니다. 이번 포스팅은 방콕 사톤에 있는 메리어트 계열 럭셔리 호텔 방콕 W 리뷰입니다. 저번 포스팅에서 다룬 아코르 반얀트리랑은 비슷한 지역이지만 약간 거리가 있어요. 분위기도 완전 딴판입니다.
메리어트 럭셔리 브랜드 소개를 읽어보셨다면 대략 W 호텔이 어떤 느낌의 브랜드인지 파악하셨을 거에요. 아직 읽지 않은 분들을 위해 간략하게 설명드리자면 ‘파티 호텔’입니다. 젊은 사람들을 위해 화려하고 정신없게 꾸민 브랜드인데 보통 호텔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보라색을 과감하게 시그니처 컬러로 채택하고 네온사인도 빠방하게 넣었어요. 로고도 그렇습니다. 보통 럭셔리 호텔들이 로고와 브랜드 이름이 분리되어 있는데 비해 W는 그 자체가 이름이자 로고에요. 태국에는 방콕과 코사무이 두 곳에 W 호텔이 있고요. 한국의 비스타 워커힐이 예전에 W를 달고 영업하다가 계약이 종료되고 현재의 비스타 워커힐이 되었습니다.
딱 위치만 놓고 보자면 W 방콕은 조금 붕 뜨는 감이 있어요. 왜냐, 보통 방콕에서 좀 논다는 젊은 사람들이 보이는 곳은 사톤이랑은 좀 떨어진 수쿰윗의 통로, 에카마이쪽이니까. W 방콕 주변에는 고급 콘도도 조금 있지만 그보다는 오피스 빌딩들이 더 많아요. 여기 있는 실롬 번화가나 팟퐁 야시장도 유흥적인 게 좀 있지만 수쿰윗보다는 좀 모자라고요. 그런 주변의 업무적인 분위기가 좀 대비되기는 했고요. 사실 이 근처에 메리어트 계열 호텔이 메리어트 수라웡세도 있고 르 메르디앙 방콕도 있어서 이 W 방콕 자리에 힐튼이 있었으면 어땠을까 싶었는데…. 실롬에 힐튼 계열 호텔이 하나도 없어서 많이 아쉬웠거든요. 호텔 주인의 어떤 의도가 있었겠죠?
서문이 길었습니다. 이제 이 파티 분위기가 나는 럭셔리 호텔 W 방콕으로 들어갈 시간입니다.
숙박 개요
- 패키지 : 킹 침대, 원더풀 룸 및 조식 포함
- 숙박 일자 : 2021년 6월 25일
- 가격 : 3400바트
- 주소 : 106 N S Sathon Rd, Silom, Bang Rak, Bangkok 10500
- W 방콕 공식 웹사이트
체크 인
호텔 전면부에 아아아아아주 거대하게 로고가 음각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자동차들이 편하게 드나들 수 있도록 작은 로터리가 있는 것 말고는 전혀 호텔스럽지 않게 생겼어요. 안이 잘 들여다보이는 우아한 라운지도 안보이고요. 객실이 없는 저층부에는 아예 창문조차 제대로 달려있지 않습니다. 관심이 없는 사람이 멀리서 저층부만 슬쩍 보고 지나간다면 여기가 도대체 뭐하는 건물인지 헷갈릴 것 같아요. 현대 미술관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죠 아마?
입구부터가 나는 다른 럭셔리 브랜드랑은 완전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방화벽처럼 생긴 두꺼운 철문이 열리면 안쪽의 보랏빛 유리벽과 W 로고가 모습을 드러내요. 둘 다 평범하지 않죠.
그렇다고 정말 무국적인 색채의 호텔은 아니고요. 정신없는 와중에도 태국 풍의 여러 요소들을 곳곳에 배치해놨어요. 리셉션 데스크 뒤쪽의 조형물, 그리고 전체적인 벽에 그려진 가루가 느낌이 나는 장식. 검은 바탕에 반짝거리는 조그만 것들이 박혀 커다란 모양을 만든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자개와도 비슷하네요.
객실은 2613호. 코로나가 한창인 2021년 중순의 태국이었기에 여기도 한산했고 쉽게 높은 층 객실을 배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고층 빌딩이 많은 방콕은 정말 한층한층 올라갈수록 뷰가 확 달라지죠.
번쩍번쩍 빛나는 굿즈들입니다. 으으음…. 이런 건 정말 모르겠어요. 보라색 유리 벽과 진열된 것들이 나름 어울리긴 하는데 딱 이것만 놓고 보면 정말 모르겠어요. 그냥 머릿속에 떠오르는 키워드를 내뱉자면 ‘중국 부자 취향’? 상하이 공항에서 보이는 젊은 부자 중국 커플이 들고 다닐 것 같은 그런 아이템들이네요.
유리병에 밀봉되어서 나오는 웰컴 드링크. 어디 인테리어 깔끔한 카페 가서 레몬 계열 디톡스 드링크를 시키면 딱 이런 음료수를 내올 것 같아요. 달콤한 맛도 약간 들어가 있는 것이 딱 제 취향.
1층의 스시야 ‘스시요시’는 휴업중이었습니다. 근 1년이 지난 지금 2022년 6월 말에도 여전히 휴업이네요.
엘리베이터 가는 길 한쪽 구석에 있는 조그만 비즈니스 센터. 예전에 윈도우 데스크탑을 사용할 땐 호텔 가서 맥을 사용하는 게 참 재밌었어요. 그런데 독일에서 공공기관 보안프로그램으로 한 번 데여보고 나니까 윈도우가 있었으면 합니다. 거의 쓰진 않지만요. 지극히 개인적인 소망. 하지만 고급 호텔의 비즈니스 센터 컴퓨터들은 항상 아이맥이죠.
엘리베이터 정말 정신 없죠? 색색의 전구가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이게 또 켜졌다 꺼졌다 합니다. 멀리서 얼핏 보면 은하수처럼 보이기도 하고요, 또 가까이서 보면 90년대 TV에서 봤었던 전대물 시리즈 느낌도 나요. 로비에서 바로 보이지 않고 복도를 따라 쭉 걸어오다가 왼쪽으로 꺾어지면 그제서야 이걸 마주치게 될 텐데 정말 깜짝 놀라게 될 거에요.
다행히도 복도는 ‘상대적’으로 얌전한 편입니다. 세로로 죽죽 그러진 파란색 세로줄이 조금 눈알을 빙빙 돌게끔 하는데요. 착시 현상처럼요. 사실 흰색 세로줄인지 파란 색 세로줄인지 구분은 못하겠지만요. 그래도 복도에까지 네온사진이 휘황찬란하다거나 보라색을 잔뜩 박았다거나 그러진 않았습니다.
방 번호는 까만색 배경에 심플하게 빨간 색. 두껍지 않고 쌈박하게 끊어지는 폰트가 좋아요. 붉은 색 계통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복도에 유일하게 빨간 오브젝트로 시선을 확 잡아당기는 점도 맘에 들고요. 아주 현대적이에요.
W 방콕 원더풀 룸
색다른 기분전환을 바라며 온 W 방콕 호텔이니만큼 내심 룸도 정신없길 바랬습니다. 네온사인이 빵빵하다거나, 침구류가 온통 보라색이라거나… 그런데 그런 엄청난 기대에 비해 실물이 생각보다 얌전하니 약간 아쉬웠어요. 제가 숙박한 원더풀룸은 수페리어 혹은 스탠다드 등급에 해당하며 면적은 41제곱미터입니다. 딱 보통 사이즈에요. 신라호텔 스탠다드 룸 사이즈가 40제곱미터고요. 전반적으로 짙은 파란색을 사용했는데 이것 역시 보라색만큼은 아니지만 자주 볼 수 있는 색은 아니라 신선합니다.
무난무난한 흰색 침대, 베개, 이불. 웹사이트 사진을 살펴봤을 땐 원더풀 룸에도 요란한 무늬의 침구류가 있었는데 실제로는 얌전했습니다. 침대가 방에서 차지하는 면적이 크다보니 이것 하나만으로 분위기가 착 가라앉아요. 만약 침대 디자인이 날뛰었다면 방 분위기도 훨씬 날뛰었겠죠? 그나마 화장실과의 경계를 하는 반투명 파랑 유리벽이 이쪽 방향에서 눈에 띄는 요소였습니다.
침대 머리맡 탁상은 악어 무늬를 띈 인조 가죽이 씌워져 있었고요. 모서리가 딱딱 맞아떨어지는 오브젝트들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조명 버튼들은 침대, 보조 이런 단순한 이름이 아니라 고객에게 말을 거는 듯한 이름을 달고 있습니다. Wake up, Sleep my love, Reading left처럼요. 조오금 감상적이긴 한데 호텔 분위기가 분위기니만큼 나쁘지 않네요. 물병도 비슷하게 Drink up 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고요. 그 밑에 중국어가 있는 걸 보니 여기에 중국 사람들이 많이 오는구나 싶었어요. 이제서야 1층의 그 금빛 은빛 번쩍번쩍한 굿즈가 납득이 갔습니다.
파티 하면 빠질 수 없는게 술이다보니 미니바 역시 튼실, 충실합니다. 이렇게 미니바 멋진 호텔 잘 못봤어요. 물론 가격은 착하지 않습니다.
특이한 오브젝트들. 하나는 다이아몬드고 하나는 모르겠네요. 플라스틱 질감이 너무 잘 느껴져서 그런건지 럭셔리에 맞게 고급스럽진 않았어요. W 방콕 원더풀룸에서 제일 붕 떴던 오브젝트.
창문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는 책상. W 방콕 원더풀 룸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 가로로 긴 게 원형보다 작업하기에 훨씬 편하고요. 커다란 창문에서 햇살을 잔뜩 받는 것도 좋았어요. 얉은 커튼 친 다음 에어컨까지 틀면 덥지도 않고요. 콘센트도 굉장히 좋은 위치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저 멀리 짜오프라야 강이 보이긴 하는데 아이콘 싸얌이나 카오산 쪽과는 정 반대 방향입니다. 남서쪽이에요. 방콕 평야를 흐르는 짜오프라야 강은 한강은 우스울 정도로 굴곡진 모양을 가지고 있어요. 때문에 강은 무조건 서쪽을 바라봐야 보인다 이게 아니라 서쪽, 서남쪽, 남쪽, 남동쪽같은 정말 다양한 방향에서 짜오프라야 강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중 으뜸은 주요 호텔들과 쇼핑몰, 사원들이 있는 서쪽이지만요.
방콕 도심 고층형 호텔의 또다른 매력인 방콕 스카이트레인 BTS. 한 가지 단순한 디자인이 아니라 열차마다 제각각 다양한 래핑을 하고 있어서 눈이 더더욱 즐겁습니다. 어떤 편성은 명품 브랜드 구찌, 코치 래핑이고 어떤 편성은 블랙핑스 리사가 광고 모델인 통신사 AIS 래핑이고… 재밌게도 BTS가 래핑된 BTS 편성도 있습니다. 아쉽게도 사진은 없네요. W 방콕에서는 실롬 번화가를 지나 사판탁신으로 향하는 BTS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약간은 부담스러운 정면의 커다란 빌딩. W 방콕 컨셉 자체에 대한 취향을 제외하면 아마 가장 별로인 요소가 아닐까 싶어요. 다행히 이 싸톤 스퀘어는 오피스 빌딩이라 어느정도 시간이 늦어지면 사람들이 퇴근하고 건물이 빕니다. 여기도 호텔이었으면 약간이 아니라 꽤 많이 부담스러웠을 거에요. 이 싸톤 스퀘어는 간단하게 검색을 해보니 THB 1,100p/sq.m, 즉 제곱미터당 4만원 조금 넘는데 100평이면 330m2니 월세가 1300만원 가까이 되네요.
화장실은 완전히 분리되어있진 않습니다. 때문에 실제 면적보다 훨씬 넓게 느껴져요. 샤워부스가 작아서 체감상 더 그렇고요.
거울이 아주 넓진 않습니다. 또 전반적으로 보통 호텔 화장실에 비해 많이 어두운 편이에요.
어메니티는 Davines 제품들입니다. 스킨로션은 평범한 검은 튜브에 담겨 있는데 샴푸, 바디워시, 컨디셔너는 약병같은 쬐끄만 플라스틱 통에 담겨 있어요. 컨디셔너가 불투명한 멜론색이고 샴푸, 바디워시가 약간 그래도 투명한 연두색이고요. 정말 특이하게 생겼죠? 비율이나 폰트, 제품 색 같은 세세한 디테일이 훌륭해서 그런지 좀 있어보입니다. 이 플라스틱 통이 좀 더 비율이 어정쩡했다면, 그리고 붙어있는 스티커의 폰트가 궁서체, 굴림체였다면, 제품 색이 마냥 평범한 희끄무레한 색이었다면? 아마 엄청 싸구려 같았겠죠.
W 방콕을 구경하다보니 유행한지 꽤 된 컴퓨터계의 RGB 조명이 생각나더라고요. 물론 RGB는 ‘인싸 컨셉인 W 방콕과 완전 반대되는 포지션에서 출발했지만 그래도 결과적인 감성이 비슷한 것 같아요. 어쨌든 RGB, 그리고 게이밍 감성은 대단히 유행해서 정말 오만 곳에 RGB 조명을 박아넣은 제품이 출시되고 했는데 문득 이 욕조에도 보라색 조명이 있으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은은하게 물 속으로 퍼지는 보랏빛, 정말 멋있을 것 같지 않나요?
멋진 로고를 제외하면 평범한 가운. 검은 덩굴 무늬로 가득했던 반얀트리의 가운보다 무난해요. 여기도 Warp yourself라는 말을 거는 듯한 이름표가 붙어 있네요.
수영장, WET® Pool
정말 규제가 어떻게 바뀔지 몰라 전전긍긍하던 2021년의 호텔 라이프였습니다. 이번주는 되고 다음주는 안되고, 또 갑자기 풀리고. 또 이 지역은 안되고 다른 지역은 풀려있고. 다행히도 제가 숙박한 날짜에는 W 방콕의 수영장은 규제가 풀려 있었습니다.
피트니스는 막혀있었지만 그건 아무래도 오케이. 태국 여행에서 수영장이 스테이크 메인 디쉬라면 피트니스는 가니쉬, 아니 가니쉬도 아니에요. 스테이크 먹다가 가니쉬 없으면 많이 아쉽지만 피트니스가 닫혔다고 그리 아쉽진 않거든요. 피트니스는 식전 빵 정도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전 식전 빵 안먹어도 괜찮은 사람이고 피트니스 역시 마찬가지.
수영장도 아주 개성적으로 생긴 W 방콕입니다. 계란 모양으로 생겼는데 보기에는 예쁜데 그리 실용적이지 않은 경사로가 딸려 있어요. 특이하긴 진짜 특이해요. 6월의 방콕은 우기입니다. 다행히도 제가 머무는 동안 비가 엄청나게 많이 내리진 않았는데 그래도 때때로 구름이 잔뜩 몰려오곤 했어요. 햇빛이 있을 땐 등짝이 따갑고, 그늘이 드리우면 또 바람때문에 은근 쌀쌀했습니다. 낮인데도요.
위치는 7층 언저리로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또 인피니티 풀도 전혀 아니고요. 설명만 들으면 애걔, 별로 안높은데 여기보다 차라리 엄청 높은 인피티니풀이 있는 호텔이 낫지 않아? 싶은데요. 또 막상 놀아보면 이런 저층 수영장도 나쁘지 않아요. 우선 주변에 온통 오피스 빌딩이잖아요? 나는 이렇게 평일에 놀고 있는데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까 또 노는 게 더 재밌어지고요. 그리고 수영하다가 나와서 썬베드에 철퍼덕 누우면 시야 한가득 빌딩들이 들어오는데 또 그게 나쁘지 않아요. 인피니티풀도 좋지만 여기도 여기 나름의 매력이 있습니다.
로비의 벽 장식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수영장 타일. 처음에는 싼티나 보였는데 놀다보니 또 고급스럽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이건 정말, 정말 사진으로 봐서는 알 수 없는 건데 물 안에서 음악이 흘러나와요. 어떻게 시공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잠수하면 음악이 은은하게 들립니다. 처음엔 환청인가 했는데 아니에요. 진짜에요. 물 밖에서 소리가 들어오는 것도 아닙니다.
조식
W 방콕의 조식은 1층의 키친 테이블에서 제공됩니다. 뷔페는 아니고 내가 체크한 메뉴를 가져다주는 방식으로요. 물론 그렇다고 조식 가격이 더 저렴해지지는 않았습니다.
여긴 W 방콕에 있었던 모든 디자인 요소들을 한 곳에 모아놓은 분위기였어요. 방에 있었던 악어가죽 패턴도 요란스럽게 장식되어있고 로비와 비슷한 장식들도 많고.
합장을 많이 해주시는 콧수염 아저씨. 아이 컨택을 오래하면 반짝반짝해서 눈이 피곤해져요.
물론 컨셉은 컨셉일 뿐, 조리실은 평범하고 깔끔하게 생겼습니다. 직원들은 몇 명 없었고요. 아쉽. 원래 이 검고 긴 진열대 위에 음식들이 좌라락 멋지게 놓여 있어야 하는데 판데믹이 참 원망스럽네요.
메뉴는 젊은 층에 맞춘 가볍고 산뜻한 것들이 많은데요. 다른 말로 제 입장에서 그렇게 맛이 없는 것들의 종류가 다양했어요. 저는 오트밀, 샐러드 이런 것들 먹고 싶지 않거든요. 풀때기 챙겨먹는 돈 많은 뉴욕의 직장인들이 생각나는 조식 메뉴판이었습니다. 그런데 메뉴판의 이 굵직한 폰트는 참 마음에 들더라고요. 방의 각 요소들에 붙어있던 이름표 폰트와 같습니다. 방에서 숫자를 본 적은 없지만 아마 복도 룸 넘버 폰트 역시 이거랑 같은 것이지 싶어요.
호박죽 같아 보이는 밀크티. 비율 조절 실패로 맛도 실패했습니다. 그냥 따로따로 마시고 뱃속에서 블렌딩할 걸 그랬어요.
심플한 애피타이저. 바게트 위에 과카몰리를 바르고 훈제 연어를 얹었습니다. 그리고 곁들여진 레몬 한 조각. 상남자는 연어에 레몬따위 뿌려먹지 않습니다. 이것도 나름 건강식에 들어가긴 하지만 연어가 세 점이나 얹어져 있으니 괜찮습니다. 연어를 안 먹은지 한참 됐는데 간만에 섭취한 연어라 아주 만족했습니다.
본 메뉴로는 든든한 아메리칸 브랙퍼스트. 컨티넨탈 브랙퍼스트는 제대로 아침 먹은 것 같지 않아서 잘 먹지 않고요. 럭셔리 호텔에서의 쌀국수는 조금 아까워요. msg 팍팍 넣는 길거리 쌀국수가 국물 맛은 더 좋을 때도 있거든요. 그런데 좋은 베이컨과 베이크드 빈, 오믈렛은 호텔을 나서면 꽤 찾기 까다롭죠. 때문에 항상 아메리칸 브랙퍼스트를 먹곤 합니다. 태국식 오믈렛 카이찌여우도 나쁘지 않지만 고급 버터 듬뿍 넣은 호텔 스크램블 에그는 고유한 매력이 있어요.
마음에 드는 순서대로 꼽아보자면 1. 스크램블에그 / 2. 기름기가 쫙 빠진 빠작한 베이컨 / 3. 베이크드빈 / 4. 구운 방울 토마토 / 5. 해시브라운 / 6. 식빵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맛본 품질 좋은 요거트. 직접 만든 것처럼 아주 꾸덕했고요. 요거트 자체의 퀄리티는 그리스에서 사 먹는 것과도 비길 만 합니다. 블루베리와 블루베리 시럽은 단 맛 하나 없이 아주 새콤, 그리고 신선했습니다. 때문에 꿀을 추가적으로 요청해서 잔뜩 뿌려먹었습니다. 그제서야 먹을만했네요. 전 신 거 안좋아해요.
종합
W 방콕은 확실히 누구나 무난하게 좋아할 만한 호텔은 아닙니다. 이런 럭셔리 호텔이 그냥 가서 잠만 자는 곳은 아니잖아요. 사심 조금 넣어서 말씀드리자면 이런 파티 인싸 분위기는 제가 마음 편하게 즐기는 종류는 아니에요. 저는 똑같이 현대적이더라도 요란법석 떠는 것보다는 심플하고 미니멀리즘을 따라가는 그런 호텔을 더 좋아합니다. 화려하더라도 W 방콕같은 반짝반짝보다는 로비에 샹들리에 있고 욕실이랑 침대 장식 휘황찬란하고 한 걸 더 선호하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W 방콕은 묵을 만합니다. 자주 찾아오는 건 무리겠지만요. 서로 만난지 얼마 안된 젊은 연인들끼리 오면 정말 좋겠네요. 특히 다른 호텔 수영장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른 WET® Pool은 W 방콕의 여러 요소들 중에서도 으뜸이었고요. 단, 부모님과는 방콕을 20번 가도 웬만하면 오지 않을 것 같네요. 푹 쉬지 못하실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