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스테이크 맛집, 뉴욕 스테이크하우스 리뷰 in JW 메리어트
by tripcompany93 · Published · Updated
JW메리어트 방콕, 그리고 뉴욕 스테이크하우스
JW메리어트 방콕에는 여러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스시도 있고, 테판야키도 있고, 뷔페도 있고. 이번 포스팅의 주인공은 방콕 JW메리어트 2층에 있는 뉴욕 스테이크하우스 방콕입니다.
뷔페는 영업을 하지 않지만 다른 레스토랑은 술만 안판다 뿐이지 그대로 손님을 받고 있었습니다. 왜 스시나 테판야끼를 냅두고 스테이크를 골랐냐. 아까 룸에서 스테이크에 꽂혔거든요. 또 매니저가 너무나도 친절하게 시설을 구경시켜줘서 기왕이면 좀 더 비싼 음식을 먹고싶기도 했고요. 호텔의 호의에 대한 나름대로의 보답?
4년동안 빕구르망에 선정된 뉴욕 스테이크하우스입니다. 별은 아니고 빕구르망이에요.
JW메리어트 방콕 호텔에 사람이 많지 않았던 것처럼 레스토랑 역시 조용했습니다. 제가 일찍 가서 그런 것이리라 믿고 싶네요. 입장한 시간이 오후 4시 30분이었으니까요. 혼자 앉기에 테이블이 많이 널찍하긴 하네요.
애피타이저와 간단한 사이드 메뉴들. 참 고민 많이 했어요. 분명 스테이크 하나 먹어도 꽤 배가 부를텐데 시킬 수 있는 사이드는 딱 하나. 결론은 프렌치 어니언수프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왼쪽의 510바트짜리 트러플 머쉬룸 수프도 아주 맛있을 것 같아요.
뉴욕 스테이크하우스지만 해산물도 팝니다. 굴은 한국보다 서양권에서 훨씬 고급 식재료로 취급받죠. 저도 몇 년 전 미국 레스토랑에서 굴 가격을 보고 눈을 의심했던 적이 있어요. 이게… 내가 아는 굴이 맞나?? 여기도 ‘뉴욕’ 답게 비쌉니다. 한 피스에 7000원 이상. 하지만 그만치 비싼 만큼 품종까지 체계적으로 분류되어 있네요. 일본의 쿠마모토, 미국의 배론 포인트…… 아쉽지만 패스.
소고기도 여러 나라별로 다양합니다. 미국산 프라임, 프라임 본인 블랙 앵거스, 호주 와규 그레인페드, 일본 소고기 와규. 각각의 카테고리 내부에서는 가격이 크게 차이나지 않지만 품종별로는 극명하네요. 호주 그레인페드는 7만원대부터 시작하는 반면 일본 마츠자카나 가고시마같은 유명 소고기는 20만원대까지 훌쩍 점프합니다.
스테이크에 곁들이는 사이드 오더. 5~6000원 정도네요.
현재 뉴욕 스테이크하우스를 비롯한 방콕 전역의 레스토랑에서 주류를 팔지 않기에 논 알콜 베버리지 메뉴판을 따로 받았습니다.
참 신기해요. 처음 탄산수를 먹었을 땐 ‘웩, 이런 걸 어떻게 먹지?’ 했어요. 그런데 하루하루, 일년일년 지날수록 무거운 일반 탄산음료에서, 제로칼로리 음료로. 또 제로칼로리 음료에서 향 첨가 탄산수로 넘어가게 되고 마침내 플레인 탄산수를 먹는 날을 맞이했네요. 플레인 탄산수에는 희한한 중독성이 있어요. 가볍고 차가운 쇠를 먹는 느낌? 기름지고 고급진 음식을 먹을 때 탄산수만한게 없죠. 단 맛이 강한 음료는 오히려 음식 맛을 이겨버리니까.
유료! 가 아니라 서비스로 제공되는 빵입니다. 방콕 뉴욕 스테이크하우스의 시그니처라고 해요. 참깨, 허브, 양파, 해바라기씨(아마요) 네 종류로 구분됩니다. 겉만 그런 게 아니라 내부에도 각 부재료들이 조금씩 들어가 빵을 한 입 뜯을때마다 향이 물씬 입 안에 퍼져요. 특히 저는 참깨와 양파가 제일 맛있더라고요. 허브처럼 자기 주장이 너무 강하지도 않고, 커다란 씨앗처럼 식감이 도드라지지도 않고, 빵의 살결과 가장 잘 어울렸습니다.
하나는 일반 버터, 하나는 부재료가 첨가된 갈릭 버터입니다. 자기 주장이 센 친구들과는 일반 버터가, 부드러운 친구들과는 갈릭 버터가 어울렸습니다.
이른 바 겉바속촉이라고 하죠. 정확하게 들어맞는 표현입니다.
우리는 수프라는 말을 들으면 자연스레 희고, 걸쭉한 크림수프를 떠올립니다. 그리고 거기서 파생된 양송이라던가, 옥수수라던가. 그래서 다른 수프라는 이름을 단 다른 종류의 음식을 제일 처음 만나게 되면 놀라곤 해요. 저도 옛날에 처음 어니언 수프를 먹었을 때 그랬고요.
어니언 수프에는 버터가 들어가지만 밀가루는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점성이 없는 그냥 국물이에요. 간단하게 버터에 양파를 볶다가 물과 스톡, 보통 치킨 스톡을 넣어 완성하는 음식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모짜렐라 치즈와 바게트 한두조각까지.
모든 야채를 통틀어 제가 제일 좋아하는 양파. 그 양파 향이 듬뿍 올라오는데 맛이 없으면 이상합니다. 의외로 그렇게 달지는 않아요. 짭짤하고 고소합니다. 그리고 간간히 느껴지는 후추 향도 도전적이고요. 수프를 듬뿍 머금은 바게트는 한 입 베어먹을때마다 물을 토해냅니다. 화룡점정은 모짜렐라 치즈에요. 따로 먹어도, 양파와 먹어도, 바게트와 먹어도 치즈의 쫀득쫀득함과 함께라면 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갑니다.
오늘의 주인공인 텐더로인, 안심 6온즈입니다. 가격은 2520바트, 그 옆에 있는 채끝살 스트립로인 12온즈보다 100바트 더 비싸지만 그래도 안심이니까요. 알라딘 램프를 반 쪽 잘라놓은 그릇에는 화이트 머쉬룸 수프가 담겨져 있고요. 스테이크에 곁들여진 기본 사이드는 구운 버섯과 골수, 그리고 겨자입니다. 겨자는 여러 가지를 선택할 수 있는데 전 잉글리시 홀스래디시를 골랐어요.
1온즈가 약 28그램, 6온즈는 170그램을 조금 넘습니다. 딱 1인분이에요. 처음 봤을 때 든 생각은 ‘아 작다’. 파운드니, 온즈니 하는 단위는 아무리 봐도 익숙해지지 않네요.
어후…. 육즙이 장난아니었어요. 사실 다른 스테이크랑 비교하기는 힘듭니다. 왜냐면 제가 마지막으로 좋은 레스토랑에서 스테이크를 썰어본 건 2017년 피렌체가 마지막이거든요. 그 이후에 간간히 아웃백이나 빕스 정도나 갔지 이런 호텔 레스토랑에는 와 본 적이 없어요. 그래서 비교는 힘들지만, 저에게는 정말 맛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간이 살짝 약했어요. 하지만 그 덕에 육즙과 고기의 향이 더 잘 느껴지더라고요. 와사비처럼 매운 겨자를 얹어먹으니까 또 다른 맛이 찾아왔구요. 그리고 짭쪼름하게 소금을 더 뿌려 먹으니 마침내 맛이 완성됩니다.
그리고 소 뼈를 토막 내 그대로 구워냈죠? 골수를 이렇게 먹어보는 건 처음인데 또 신세계더라고요. 사골 곰탕이 이 부분을 쭉쭉 우려내서 국으로 만든 거잖아요. 사골 곰탕에 이데아, 본질이라는 게 있다면 이런 맛일까요?
화이트 머쉬룸 수프, 가 아니라 소스입니다. 그런데 아까 어니언 수프보다는 훨씬 한국 사람 머릿속의 수프에 가깝죠. 맛도 비슷하고요. 그런데 스테이크에 어떻게 뿌려서 혹은 찍어서 먹어야 할 지 조금 애매했습니다. 소스가 없이도 워낙 맛있는 고기라.
하나도 남김없이 먹어치웠습니다. 치열한 전투가 끝나고 폐허가 된 전장. 승리한 장군인 제 입과 배는 참 만족했습니다.
원래 3100바트 조금 넘게 나왔는데 메리어트 멤버 10% 할인을 받아 2912바트로 줄어들었어요. 사실 태국에서 서양 음식 생각은 거의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또 다른 시야가 트이게 되네요. JW메리어트 방콕의 뉴욕 스테이크하우스 말고도 방콕에는 유명 스테이크 레스토랑들이 있죠. 아르노라던가, 엘 가우초라던가. 식당 영업이 풀리는대로 한번씩 다 들려서 비교를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요약
- 가격 : 1인당 미니멈 10만원 정도, 럭셔리 호텔이니만큼 절대적으로 저렴한 건 아니다.
- 맛 : 빵, 수프, 스테이크 모두 좋았다.
- 서비스 : 웨이트리스 누나가 아주 친절했다. 어쩌면 맛보다 더 좋았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