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애순두부와 중앙닭강정, 속초 뚜벅이 여행 3일차.
by tripcompany93 · Published · 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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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마지막 날
낙산사와 설악산 울산바위 당일치기. 속초 뚜벅이 여행 2일에서 이어집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학사평, 그리고 김영애순두부입니다. 그리고 서울 돌아가기 전에는 중앙닭강정을 살 거구요. 이른 아침, 시내에서 3번 버스를 타고 미시령 근방으로 빠져나왔습니다. 서울양양고속도로는 태백산맥을 넘은 다음 양양에서 바로 끝나지 않습니다. 속초쪽으로 방향을 트는데 바로 시내로 이어지는게 아니라 미시령 돌아오죠. 즉 여기가 실질적인 속초 자동차 여행의 시작구간입니다.
자차 방문을 전제로 한 여러 박물관, 테마파크 안내판이 보입니다. 박물관이나 문화촌은 조금 끌리는데 부엉이전시관이나 테이베어 같은건 영 마음이 안가네요. 글쎄요. 나중에 결혼해 자식이랑 같이 속초여행을 하면 그 땐 들리고 싶어질까요?
제가 탄 3번 버스는 학사평 경유가 아니라 한화리조트 직행편이었습니다. 2020년 11월 지금은 1박에 10만원 정도네요.
한화리조트 설악 쏘라노와 학사평 순두부마을은 직선 거리로는 바로 붙어있지만 차로 가려면 500미터 정도는 가야 합니다. 차도가 긴 가로로 누운 U자로 생겼거든요. 다행히도 걸어간다면 500미터가 아니라 10미터만 이동하면 됩니다. 이렇게 ‘못잊어 오솔길’을 통해 내려가면 되니까요.
도착한 시간은 오전 9시 30분. 일요일 아침 식사로 뜨끈한 순두부를 원하는 사람이 많나 봅니다. 저처럼 대중교통으로 온 사람은 없어보이네요. 온통 자동차입니다.
멀리 보이는 설악산 울산바위. 그나마 맑았던 어제 올라가서 다행입니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흐리고 습하네요. 자세히 보니 바위 위에서 꾸물거리는 인형들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부지런한 여행객들이에요.
김영애순두부
1965년 오픈했다는 김영애순두부집입니다. 이 음식의 원조격인 강릉 초당순두부의 시작은 조선시대 중엽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허균의 아버지, 허엽이 처음 만들었다고 전해지는데 그러고보니까 의외로 속초 시내에는 순두부 가게가 없네요. 강릉과 속초는 그렇게 아주 먼 것도 아닌데요. 짬뽕가게들은 몇 개 있었거든요. 김영애순두부의 원조 할머니는 강릉 쪽에서 속초로 이사왔던 걸까요? 물어볼 걸 그랬습니다. 괜히 궁금해지네요.
적당한 대기열은 음식 맛을 돋구는 조미료입니다. 제 앞으로 다섯 팀 정도? 따로 메뉴판은 없습니다. 인원수에 맞게 알아서 차려주시거든요.
바빴는데도 1인상을 차려주셔서 참 고마웠습니다. 대기 손님도 많고 테이블은 전부 4인용이라 사실 혼자 앉기 좀 그랬어요. 여러명이서 주문하면 밥과 순두부만 추가로 나오고 중간의 비지찌개나 다른 반찬은 똑같이 나옵니다.
김영애순두부의 단 하나뿐인 메뉴. 일반 프랜차이즈의 얼큰한 순두부찌개와 전혀 다른 맑은 순두부입니다. 강원도 특유의 스타일. 갓 끓여 나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동시에 콩의 고소한 냄새가 진하게 펴집니다. 어릴 적 시장 나들이 갔을 때 두부가게 플라스틱 판떼기 위에 올려놓은 나무 뚜껑이 열렸을 때, 바로 그 장면이 떠올랐어요.
순두부는 고소하고 부드럽지만 또 싱겁습니다. 거기에 간을 보태는 양념장과 명태포입니다. 처음 나왔을 땐 평범한 진미채인 줄 알았는데 먹어보니 명태더라구요. 순두부든 비지찌개든 쫄깃쫄깃한 식감은 제로인데 이 명태포가 부족한 점을 채워줍니다.
비지찌개의 짭짤한 맛도 순두부와 대비를 이룹니다. 마트에서 파는 시판 비지와는 클래스가 달라요. 조개육수 그리고 씻은 김치의 아삭아삭함이 어우러진 밥도둑 그 자체입니다.
김영애순두부 info
- 주소 – 강원 속초시 원암학사평길 183
- 영업시간 – 매일 07:00 – 15:00 명절 휴무/주문은 14:30까지
- 가격 – 1인 9,000원
봉 브레드, 뉴욕제과, 동아서점
김영애순두부를 먹고 향한 곳은 평범한 주거구역에 있는 한 빵집입니다. 자동차가 있다면 그냥 슝~ 들리면 되겠지만 걸어서는 접근하기도 만만치 않네요. 한 20분 정도 걸으니 드디어 봉브레드가 보입니다.
이런, 제가 오기 딱 일주일 전에 휴무일이 변경되었네요. 예전에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고 또 여행 준비를 하며 음, 일요일에 가면 딱 되겠네 하고 재차 확인했었는데……
아쉬움을 남기고 찾은 두번째 가게. 뉴욕 제과는 이번에 처음 오는 빵집입니다. 첫째날, 함흥막국수는 훌륭했고 또 문우당서림의 디테일에 감탄했었죠. 여기도 그 두 곳과 같은 백년가게입니다.
그런데 아침 11시치곤 빵이 신선하거나 따끈따끈해 보이진 않았어요. 일단 그걸 떠나서 가게 안에서 취식이 안된다고 하네요. 코로나 때문에 빵집에서 먹는 게 안된댔나. 어제 갔었던 카페 설악산로나 다른 카페들은 딱히 문제가 없었는데. 하루만에 거리두기 관련 규칙이 바뀐 걸까요. 아니면 거긴 카페고 여긴 빵집이라 다른 걸까요.
빵 퀄리티가 좋았다면 테이크아웃한 다음 한적한 길거리에서라도 먹었을텐데 그 정도까진 아니었습니다.
뉴욕 제과 바로 근처에 동아서점이 있습니다. 여기도 문우당서림처럼 백년가게 서점이에요. 아니, 여기가 먼저 생겼으니 동아서점이 선배인 셈입니다.
서점 내부는 평범합니다. 문우당서림과 비교했을 때 힙하다거나 트렌디한 느낌은 덜해요. 평범한 동네 서점 같은 분위기? 물론 인테리어나 포인트 아이템이 그렇다는거지 세세한 진열이나 배치에는 오래된 내공이 느껴지구요.
가게 입구 오른쪽에는 서점의 역사 코너입니다. 처음엔 시선이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향해서 눈치를 못챘어요. 이런 포인트, 전시 정말 좋네요. 가게과 업에 대한 애정이 느껴집니다. 1956년이면 와… 오픈 60년하고도 5년이 더 지났네요. 문우당서림이 1984년이었죠?
미국 여행할 때 봤던 오래된 기업들과 가게들이 참 부럽더라구요. 유럽이야 구대륙이니 몇백년 된 카페, 식당이 흔한 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역사가 짧은데도 불구하고 자본주의의 본진답게 백년 몇십년된 회사와 가게들이 유럽 이상으로 즐비하니까요. 한반도의 역사는 이천년 이상이지만 한국 대부분 회사들은 채 100년이 되지 않았구요. 100년이 뭐에요. 많은 대기업들조차 해방 이후 적산불하로 시작했으니 이제 7~80년쯤 됐네요.
나라와 배경이 다르니 일대일로 비교하기 힘들지만 전통과 역사가 서린 기업문화가 부러운 건 어쩔 수가 없네요. 제가 그래서 이렇게 역사가 보이는 가게를 좋아하나봐요.
어제 못먹었던 벌봉식당, 속초 물회
어제 아침에 가고 싶었지만 문을 닫았던 생선구이 가게. 이번에는 속초 물회를 먹으러 다시 찾아왔습니다. 이름은 벌봉식당 입니다.
네 테이블. 많아야 스무명 남짓 앉을 수 있는 작은 가게입니다. 물회가 2인 기준 15,000원이라 되어 있어 아쉬운 목소리로 물어봤습니다.
‘물회는 1인은 안되나봐요?’
많이 불쌍해 보였을까요. 주인아주머니는 아 되죠 라며 안쪽으로 안내해줍니다.
15,000원짜리 속초 물회. 이정도면 속초에서는 싼 편이에요. 전복 들어가고 문어 들어가고 그래서 한 그릇 20,000원, 25,000원짜리 가게도 많으니까요. 사실 물회는 평소에 즐기는 음식이 아닙니다. 재료 맛이 가려지는게 싫어 회는 무조건 간장에 찍어먹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런데 매콤새콤한 국물이 있다? 어우…..
더군다나 속초에서는 자연적으로 발생한 음식이 아니라 관광객의 수요가 만들어낸 식문화란 것도 그리 선호하지 않는 이유구요. 사실 그런 걸 떠나서 제가 별로 안좋아하는 음식이니 이런저런 핑계가 생기는 거겠죠.
그래도 이 멀리까지 왔는데 속초 물회 한 번은 먹어봅니다.
생각보다 푸짐합니다. 아주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요.
살얼음이 동동 떠있는 매콤새콤달콤한 국물.
오징어가 아니라 한치입니다. 원래 맛보다는 식감이 더 강조되는 수산물이니만큼 강한 물회 국물에서도 존재감을 잃지 않습니다.
흰살 생선은 ‘성대’입니다. 지느러미가 육상동물 다리처럼 생긴 걸로 유명하다네요. 이것만 조금 아쉬웠어요. 덜 해동된 부분이 약간 있었거든요.
벌봉식당 물회의 포인트이자 향을 담당하는 멍게입니다.
워낙 양이 많아 넘칠까봐 조심스레 말아봅니다. 전체적인 비율은 야채와 해산물이 1:1이에요. 이런 느낌 아시나요? ‘내 취향 아니야, 그런데 맛은 인정할 수 밖에 없어.’ 딱 그런 느낌입니다. 특히 한치의 쫀득한 식감과 국물의 조합에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그래 이게 물회지.
미역줄기와 한치몸통 무침이 훌륭합니다. 김영애 순두부도 그렇고 여기 속초 물회 벌봉식당도 그렇고 밑반찬이 맛있어서 정말 좋네요. 메인 메뉴 없이 반찬만 먹어도 밥 두 공기는 먹을 것 같습니다.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벌봉식당 문 옆에 걸린 디스플레이 사진이 보입니다. 아…. 사장님. 왜 사진을 이런 걸 쓰셨을까요. 실물과 다른 과대포장이 아니라 실물을 반도 반영하지 못하는 사진입니다.
물회를 워낙 맛있게 먹고 나니 다른 메뉴도 궁금해지는 벌봉식당이에요. 속초 여행 다시 온다면 재방문의사 있습니다.
위치가 이상하게 표기되네요. 벌봉식당은 속초 생선구이거리 한복판에 있습니다. 갯배 선착장 근처에요.
중앙닭강정
벌봉식당에서 속초 물회를 먹고 오후 버스를 타고 다시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물론 중앙시장에 들러 중앙닭강정을 사는 것도 빼먹지 않았죠.
왜 중앙닭강정이냐?
속초 넘버원 닭강정인 만석닭강정은 너무 뻑뻑해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요. 또 집 주변 목동 현대백화점에 행사로도 자주 들어오고요. 중앙닭강정이든 만석닭강정이든 택배로는 언제든지 시킬 수 있지만 그래도 집 근처에서 사먹을 수 있는거랑 속초 가서 포장하는 거랑 느낌이 다르잖아요.
이 한 판 금액이 18,000원. 양은 많은 편이에요. 요새 닭집에서 한 마리 시키면 대부분 이거보다 적을 걸요? 옛날보다 비싸졌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나름 합리적인 가격입니다. 적어도 속초 다른 관광지 음식만큼은요. 완전 창렬은 아닙니다.
중앙닭강정은 순한 맛, 보통 맛, 매운 맛 세 가지가 있습니다. 제가 고른 맛은 보통 맛. 청양고추가 군데군데 있긴 한데 그걸 씹어도 맵진 않아요. 양념은 여느 닭강정이 그렇듯 끈적끈적. 식으면 조금 딱딱해지고요.
식어도 맛있다는 캐치프레이즈답게 다음날까지는 먹을만합니다. 양념도 달짝지근하니 밥반찬으로 딱이에요. 전자레인지에는 안돌리는 걸 권장합니다. 껍질의 빠작빠작한 맛이 사라지고 그냥 흐물텅해지거든요. 만석닭강정보다는 당연히 맛있고 인천의 신포시장 닭강정이랑 비교하자면 글쎄요… 거긴 다 뼈닭강정이다보니. 밥반찬으로는 중앙닭강정이, 술안주로는 신포시장 닭강정이 더 끌리네요.
중앙닭강정 info
주소 – 속초 관광수산시장 1층 한복판, 그리고 시장 바깥에 본점이 따로 있음
시간 – 저녁 7시까지는 가야 구매할 수 있어요.
오늘의 루트
3번 버스 ~ 한화리조트와 학사평 김영애순두부 ~ 3번버스 ~ 시내에 내려서 봉브레드까지 도보 ~ 뉴욕제과 ~ 동아서점 ~ 생선구이골목 벌봉식당 속초 물회 ~ 중앙시장 중앙닭강정 ~ 속초고속버스터미널 ~ 서울
3일간의 속초 여행을 끝내며
속초 시내를 돌아본 첫째날, 양양 낙산사와 설악산에 갔다온 둘째날. 그리고 한나절의 마지막 날 일정까지. 이렇게 짧은 속초 여행이 끝났습니다. 이 후기들을 끝까지 따라와주신 여러분들께도 감사합니다. 기본적으로 영상을 만드려는 여행이니만큼 저렴한 숙소를 찾고 많은 지역들을 다닙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따라하시기엔 조금 무리일지도요. 그래도 동선은 효율적으로 짜는 편이니 제가 다닌 루트에서 필요없는 부분 한두개만 뺀다면 꽤 괜찮을거에요.
지금 제가 타자를 치는 11월 26일. 속초에서 돌아온 지 4일이 지났습니다. 지금 제일 생각나는 건 설악산의 정경과 영금정의 파도소리네요. 다음 여행은 12월 초에 강릉으로 갈 예정입니다. 강릉은 워낙 여행지들이 띄엄띄엄 흩어져있으니 자동차를 이틀 정도는 빌려야겠어요. 그때까지 코로나가 좀 잦아들었으면 좋겠네요.
전체 루트와 비용 정리는 다음 포스팅을 참조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