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얀트리 방콕 리뷰, 사톤의 경쟁력있는 5성 럭셔리 호텔
by tripcompany93 · Published · 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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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메트로폴리스 한복판에서 만난 반얀트리 방콕
사톤로드는 룸피니공원 남동쪽 끄트머리에서 시작해 짜오프라야 강으로 이어지는 큰 도로입니다. 실롬로드 남쪽으로 평행하게 뻗어져나가죠. 반면 음식점이나 쇼핑몰보다는 업무용 빌딩이 많아 삭막하게 느껴질 때도 있고요. 보통 이 거리를 걸을 일은 없겠지만 호텔에 관심이 많다면 한번 쯤 오시게 될거에요. 수코타이, W, 소 소피텔 등 개성 넘치는 브랜드가 많거든요.
바로 오늘의 주인공 반얀트리 방콕도 여기에 있습니다. 한국 남산의 반얀트리는 그 비싼 가격으로 유명하죠. 싱가포르에 본진을 두고 거의 50개에 가까운 호텔과 리조트를 전 세계에 운영하는 럭셔리 브랜드입니다.
하지만 타이밍이라 타이밍인지라 이번에는 엄청나게 저렴했어요. 이 가격에 반얀트리 숙박할 기회가 얼마나 되겠어요. 그리고 또 마침 숙소가 룸피니 공원 근처라 기분전환 겸 방을 예약했습니다.
숙박개요
- 오아시스 리트릿 킹(수페리어) + 크레딧 1000바트와 조식 포함
- 가격 : 2800바트, 약 108,000원
- 주소 : https://goo.gl/maps/mEEC9XPgGPcfvzA98
- 반얀트리 방콕 공식 웹사이트
체크 인
반얀트리 로고와 파사드를 장식한 덩굴이 참 잘 어울려요. 호텔의 입구는 낮고 어둡게 아래에 깔려있습니다. 언뜻 보면 입구가 어디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이 내부 건물 자체도 커다란 사톤 로드와 약간 떨어져 있어서 도심속에 있지만 별 세계로 찾아가는 기분이 듭니다.
그래서 천장도 낮고요. 베이지와 갈색 톤, 그리고 로비를 감도는 싱그러운 식물 향이 기분을 차분하게 해줍니다. 약간 올드하다싶은 느낌이 없는 건 아니에요. 채도가 낮은 원목이 많이 노출된 인테리어라 더욱 그렇습니다. 굵은 기둥도 한 몫 하고요.
배치, 그리고 아이템 선정이란 게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화분이었습니다. 채도와 명도가 제각각이지만 전부 갈색 계통인 로비에 딱 초록색에 빨간색 잎을 가진 식물 하나가 얼마나 눈을 사로잡던지요.
이 건물은 통채로 반얀트리 방콕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방콕이 정말 큰 도시긴 해요. 커다란 호텔이 진짜, 진짜 많습니다. 정말 태국스럽게도 주차장은 지하가 아닌 지상 2~8층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워낙 지하에 물이 많은 방콕이라 여기선 지하주차장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죠.
층수로는 32층짜리지만 주차장이 7개 층을 먹고 또 건물이 납작하게 생긴 편이라 의외로 객실 수는 많지 않습니다. 약 330개 정도. 그래도 건물 자체가 작은 남산 반얀트리의 50개 룸보다는 6배 이상 많아요.
로비에서의 화분과 비슷하지만 약간 다르게 시선을 사로잡는 오브젝트. 호텔 복도는 바닥의 기하학적 패턴 카펫을 제외하면 극도로 단순합니다. 액자도 장식물도 하나도 없어요. 그래서 더더욱 눈에 띄는 불규칙한 조형물입니다. 바닥의 카펫 패턴조차 규칙적이라 굉장히 대비돼요.
사진으로 질감이잘 드러나지 않는 게 아쉽습니다. 번쩍번쩍 윤이 나는 구리 방 번호판입니다. 로비 엘리베이터 옆에 붙어있었던 층 안내판과 같은데 폰트만 달라요. 숫자들이 약간씩 찌그러져 있는데 어떤 폰트인지 궁금하네요.
객실에서
객실을 업그레이드 받았습니다. 원래 Oasis Retreat King라는 수페리어 등급의 방을 예약했는데 받은 방은 원베드 스위트였어요. 예… 확실히 광활하더라고요. 특히 저 혼자 쓰는 입장에서는 더더욱요. 확실히 비싼 객실일수록 방에 빈 공간이 많네요. 원래 예약한 수페리어가 44제곱미터고 원베드 스위트는 67~89제곱미터로 전체 면적은 1.5배에서 2배 정도 차이납니다. 그런데 그 추가된 공간이 대부분 빈 공간이다보니 몸으로 체감되는 면적 차이는 실제 차이보다 훨씬 큽니다. 물론 일반 룸 오아시스 리트릿 킹도 평균 호텔 룸 면적보다 1.5배는 크게 빠졌습니다. 역시 럭셔리에요.
반얀트리 방콕의 원베드 스위트 침실과 그 너머로 이어진 욕실. 여기에도 물론 TV가 따로 있습니다. 옷장도 이쪽에 붙어있어요. 보통 호텔들의 이불은 딱 각이 잡힌 상태로 매트리스 아래로 끼워넣어져 있죠. 여기는 자연스럽게 늘어진 모습이에요. 취향 차이겠지만 저는 발 방향의 이불이 매트리스 밑으로 끼워져있으면 너무 답답해 항상 이불을 다 빼곤 하는데 여긴 그런 면에서 편했습니다. 푹신푹신하고 은은한 향 역시 마음에 쏙.
혼자 쓰는 스위트룸이란 게 참 애매해요. 밖의 거실쪽에도 커어다란 책상이 있고 또 길다란 소파와 테이블이 있는데 여기에 또 있으니. 결국 체크아웃 할 때까지 한 번도 앉지 않았습니다.
원베드 스위트에서 제일 마음에 들었던 것은 바로 욕실이었습니다. 특히 바닥으로부터 약간 띄워진 욕조요. 딱 봐도 존재감이 어마어마하죠. 깊고 넓직해 그야말로 극락같았던 욕조.
객실 창문 방향은 북북서 정도…? 높은 건물들에 가려서 잘 보이진 않지만 왼쪽은 실롬 번화가, 오른쪽은 방콕의 흔치않은 녹지대인 룸피니 공원이에요.
아쉽게도 당시 코로나 규제가 적용된 시즌이라 수영장의 썬베드나 파라솔은 전부 치워진 모습입니다. 방콕에는 이런 야외 수영장이 많아요. 근처만 해도 메리어트의 W에 IHG의 크라운플라자에…… 그런데 솔직히 W는 예쁘긴 한데 실질적으로 놀긴 조금 불편하고 크라운플라자 수영장은 정말 별로였어요. 얼핏 지나치면 무심한 듯 간단하게 생긴 수영장이지만 실제로 놀기에는 가장 좋아보이는 반얀트리 방콕의 수영장이었습니다.
디테일
여기서 약 두어시간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했습니다. 미묘한 장점이라 하면 책상이 창문과 꽤 멀리 떨어져 있을뿐더러 창 자체가 북향에 가까워 비디오를 찍을 때 역광 걱정을 거의 안했다는 것. 객실 문 바로 옆에 책상이 있는 구조가 조금 특이하긴 해요. 의자는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푹신해 몸이 늘어지는 소파보다는 각이 잡힌 의자를 선호하는 편인데 오래 앉아있어도 허리나 어깨가 불편하지 않았어요.
기본 제공되는 과일은 용과와 자두, 배가 하나씩, 그리고 감귤이 두 개. 맛이 없는 과일들은 아니지만 태국하면 생각나는 맛있는 열대과일도 아닌 애매한 종류들. 보통 동남아 여행하면 떠오르는 과일은 망고나 망고스틴, 리치, 람부탄 그런 것들인데 하나도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옆에 칼과 포크가 있어서 맨손으로 먹어야 하는 제약이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용과는 잘라먹어야 하죠. 반얀트리 방콕같은 럭셔리 호텔에서는 이런 과일들도 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내놓았을텐데 과연 어떤 기준이 있었을 지 궁금해지는 컴플리멘터리 과일이었습니다. 내공이 부족한 저로서는 아직 미지수.
반얀트리 로고가 뚫려 있는 등잔. 호롱보다는 등잔이 맞는 표현이겠죠? 이거 정말 예뻤어요. 식사용 테이블 중간에 이런 거 하나 있으면 분위기가 기가 막힐 것 같아요. 자기 색이 하얀데 디자인은 심플한 게 애플 느낌도 나고요.
냉장고 미니바는 평범하게 생겼습니다. 어째 종류가 조금 빈약하다 했는데 위스키와 보드카들이 따로 옆으로 빠져나와 있었습니다. 이것들도 역시 평범평범.
손빨래 대야처럼 생긴 세면대. 그래도 플라스틱이 아닌 석재라 그런지 싸구려 느낌은 전혀 없어요. 자연과의 조화를 강조하는 호텔과 리조트들에서 이런 모양의 세면대를 몇 번 본 적이 있어요. 가는 호텔마다 있다면 좀 질릴 것 같은 디자인인데 가끔씩 보니까 재밌네요. 두 개나 있는 것도 여러명이서 숙박을 한다면 도움이 될 거고요. 메이크업, 세안이 오래 걸리는 여성분들이 여럿이라면 더더욱.
세면대 좌우로 비치된 물병 역시 멋진 커버가 씌워져 있습니다. 가운과 슬리퍼와 같은 문양이에요. 여기서는 짤렸지만 티슈 박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디테일들이 참 좋은 반얀트리 방콕입니다.
황금색 반얀트리 로고가 박힌 샤워젤과 샴푸. 여기 박힌 로고는 왜 초록색이 아닐까요? 샤워젤과 샴푸에서는 시트러스도, 특이한 허브 향도 아닌 강렬한 꽃 향이 났습니다. 진짜 ‘꽃’이었어요.
계란처럼 생긴 커다란 욕조는 한 번 더 칭찬해도 모자랍니다. 수건에 박힌 귀여운 반얀트리 로고는 덤이고요.
덩굴 식물을 형상화한 가운과 슬리퍼. 전 이런 개성있는 것들이 좋습니다. 장난스러우면서도 은근 섬세한 디테일. 반얀트리 방콕 원베드 스위트에서 욕실이 최고였다면 이 가운과 슬리퍼가 두번째였어요. 저야 뚱뚱하기 때문에 사진이 잘 나오진 않지만 호리호리한 사람이 입으면 정말 귀여울 것 같은 그런 가운과 슬리퍼.
솔직히 아주 멋진 야경은 아니에요. 반얀트리 방콕의 높이는 낮지 않습니다. 고층 빌딩들도 적잖게 보이고요. 하지만 이 각도에서 보이는 빌딩들이 대개 오피스 빌딩이다보니 조명이 화려하지 않아요. 여기 직장인들은 퇴근을 빨리 하나 봅니다. 호텔이나 콘도가 많은 아속이나 프롬퐁은 밤에 불이 많이 켜져서 참 예쁜데 말이에요. 물론 2021년 중순 시점에서는 거기도 꽝이지만요. 손님이 없으니.
룸서비스, 그리고 조식
룸서비스는 탐욕스럽게 2개나 시켰습니다. 팟씨유 탈레와 팟카파오무쌉. 팟씨유 탈레는 간장 소스로 볶은 넙덕한 쌀국수에 탈레(해물)을 곁들인 것이고 팟카파오무쌉은 바질과 고추, 다진 돼지고기와 마늘을 피시소스와 굴소스에 볶아낸 음식입니다. 둘 다 태국을 대표하는 음식들이에요. 보통 태국 여행 간다 하면 한번씩은 주문하는 음식들. 크레딧으로 시켰고요. 죄송해요 포스팅을 너무 늦게 하는 바람에 가격 메모를 어디 보관했는지 까먹었습니다. 두 개 합쳐서 600바트 정도였던 것 같아요. 한 그릇 만원 조금 오버.
전 볶음 음식을 먹을 때 건강을 신경쓰지 않습니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사실 기름) 볶음이 좋아요. 애초에 그런 걸 신경쓰고 싶었다면 다른 방식으로 조리하는 음식을 시켰을 거에요. 그런데 여기 팟씨유는 꽤 건강한 맛이더라고요. 팟카파오무쌉도 태생이 자극적인 음식이지만 반얀트리 방콕에서는 순했습니다. 이건 제가 태국의 볶음 요리들에서 바라는 맛이 아니었어요. 고급 호텔의 태국 음식들이 대개 그렇죠. 거기다 태국 볶음요리들이 원체 자극적이고 MSG를 때려붓다보니 길거리에서 먹어도 웬만큼 다 맛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이런 느낌이에요.
- 좋은 재료로 산뜻하게 조리한 호텔 태국음식
- 저렴한 재료에 감칠맛을 때려박은 길거리 태국음식
먹고 속이 덜 부대끼는 건 호텔 룸서비스지만 그 순간 행복한 건 길거리. 물론 호텔이 길거리보다 3~4배 정도 비싸긴 합니다.
느지막한 밤이 되어 햄버거도 시켰습니다. 콜라까지 하니 남은 500바트 약간 덜 되어서 남은 크레딧을 다 쓸 수 있었어요. 아, 이건 정말 맛있더라고요. 촉촉한 빵에 럭셔리 호텔답게 좋은 베이컨과 치즈는 기본이고 패티까지 훌륭했습니다. 점심 때 먹었던 태국 음식들이 길거리 식당이나 푸드코트에 비해서 큰 차이가 없었던 데 비해 햄버거는 웬만한 수제버거집보다 맛있었습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1년 여름, 조식은 아쉽게도 뷔페식이 아니라 내가 고른 메뉴들을 방으로 가져다주는 룸서비스 방식이었습니다. 아속의 웨스틴과 같았어요. 스크램블에그와 베이컨, 해시브라운과 빵에 시리얼에 주스에 과일 조금. 제 나이 근 30. 확실히 나이를 먹어가는 게 체감이 됩니다. 몇 년 전에는 이걸 먹어도 전혀 배부르지 않았는데 이젠 힘들어요. 맛은 역시 전반적으로 건강합니다. 베이컨도, 스크램블에그도 느끼하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어요. 주스도 단 맛이 거의 없었고요. 제가 선호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원재료들이 원체 좋다보니 기분 좋게 아침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종합
가격부터 보겠습니다. 반얀트리 방콕, 1년이 지난 지금 가격을 체크해보니 가격이 두 배 가까이, 혹은 그 이상 올랐습니다. 2021년 여름에 2800바트였던데 지금 동일한 조건으로 숙박하려면 5000바트가 넘으니까요. 실질적으로 제가 숙박한 원베드 스위트는 거의 11,000바트 40만원 가까이. 이제 싼 가격은 절대 아닙니다. 물론 5성급 반얀트리가 20만원인 것도 충분히 저렴하긴 하지만 여긴 다른 5성급 호텔들도 그정도 가격인걸요.
컨디션으로 보면 포스팅을 완성하는 지금 호텔 컨디션은 조금 오래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워낙 좋은 디테일들이 그런 것들을 깡그리 잊게 합니다. 바닥 카펫 좀 낡을 수 있죠. 하지만 욕조가 기가막히게 좋잖아요?
조금 난감하네요. 고급 라인업이 상대적으로 빈약한 아코르니만큼 럭셔리 호텔을 찾는 아코르 멤버에게 딱 좋긴 한데 또 방콕이 원체 대단한 여행도시니만큼 소피텔, 소소피텔, 엠갤러리가 잔뜩 있기도 하고. 물론 추구하는 방향이 조금 다르긴 합니다. 현대적인 방콕의 소피텔과 아늑하고 자연적인 반얀트리. 아코르를 주력으로 이용하는 여행자라면 반얀트리 방콕은 좋은 선택지일 거에요. 하지만 메리어트나 힐튼같은 다른 멤버십이 주력이라면 그 쪽 계열의 좋은 호텔들 두고 일부러 찾아올 정도까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