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웨스틴 그랜드 수쿰윗 리뷰, 아속의 클래식한 호텔
by tripcompany93 · Published · 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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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틴 그랜드 수쿰윗 방콕
수쿰윗은 방콕의 강남입니다. 웨스틴 그랜드 수쿰윗 방콕은 강남의 한복판에 있습니다.
방콕은 오래된 도시입니다. 현 태국의 왕가 라따나꼬신의 초대 왕 라마 1세가 18세기 말, 짜오프라야 강 동편으로 수도를 옮기면서 왕국의 중심지가 되었죠. 하지만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도시는 지금처럼 거대하진 않았습니다. 왕궁 왓프라깨우를 중심으로 남북으로 펼쳐진 강변의 도시 방콕.
하지만 근대화가 진행되며 도시는 급격하게 팽창합니다. 그 중 방콕의 동쪽은 70년대 미군 주둔지, 파타야와 연결되는 기점으로 개발되었습니다. 3번 고속도로, 즉 수쿰윗 도로가 건설되며 이 동네를 통틀어 수쿰윗이라 부르게 되었고요. 20세기 중말에, 체계적으로 건설된 자본과 인구가 몰려든 신시가지라는 측면에서 서울 강남과 비슷합니다. 그리고 아속은 지상철 BTS와 지하철 MRT가 교차하는 수쿰윗의 핵심 지역이고요. 웨스틴 그랜드 수쿰윗은 바로 이 아속에 있습니다. 사실 정확한 철자대로라면 Grande, 그랑데지만 구글 맵 표기를 따라 그랜드로 쓰겠습니다.
또한 웨스틴은 1930년 시애틀에서 시작한 유서깊은 호텔 브랜드이기도 합니다. 이 브랜드는 1994년, 스타우드에 인수되어 쉐라톤과 같이 스타우드의 굳건한 기둥이 되었고 2016년에는 다른 스타우드 친구들과 함께 메리어트의 품에 안겼습니다.
- 이용 패키지 : 디럭스 킹베드, 도심전망 및 조식, 매일 1000바트 호텔 크레딧 및 1박당 2000 메리어트 보너스 포인트 제공
- 가격 : 약 9만원
- 주소 : 259 Sukhumvit Rd, Khwaeng Khlong Toei Nuea, Watthana, Bangkok 10110 태국
- 웨스틴 그랜드 수쿰윗 방콕 웹사이트
BTS 아속 역 붙어있는 웨스틴 그랜드 수쿰윗. 뒤쪽으로 맥도날드 등 몇몇 가게가 있긴 한데 호텔에 숙박을 한다면 저 쪽으로 갈 일은 없을거에요.
아속은 죄다 커다란 건물 투성이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하늘을 가린 BTS가 있어서, 걷다보면 답답해지는 장소입니다. 하지만 웨스틴 그랜드 수쿰윗은 로비부터 탁 트인 정원과 시원한 물결 덕분에 호텔에 들어가기 전부터 마음이 안정되네요.
길거리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고 눈치챌 수도 없는 작은 분수. 호텔 로비쪽으로 다가가면 그제서야 시야 한켠으로 정원이 펼쳐지고 찾아오는 손님들을 감탄케 합니다. 졸졸 흐르는 물소리는 아속을 뒤덮은 소음 때문에 잘 들리지 않지만요.
1층에는 단촐한 컨시어지와 라운지가 있습니다. 재밌는 게 호텔 내부와 외부가 완전히 차단되어있는 게 아니라 우측의 유리 하단이 뚫려 있어요. 그래서 건물 내부에서 솟아나온 물이 유리 아래를 지나 밖으로 흘러나갑니다. 신기하더라고요.
로비는 7층입니다. 가만 보면, 웬만큼 리노베이션을 한 호텔들도 엘리베이터를 교체하진 않는 것 같아요. 일부러 그런 건지, 아니면 비용이 특히 많이 들어서 그런 건지. 여기 웨스틴 그랜드 수쿰윗은 원래 오래된 호텔이긴 하지만 다른 곳들도 그래요. 로비나 객실은 세련된 반면 엘리베이터는 클래식한 곳들이 꽤 있죠.
체크 인
천장도 높고, 창문이 탁 트여 시원시원한 레스토랑에 비해 리셉션 데스크는 약간 좁아보입니다. 아쉽지만 여긴 아예 수영장 구경 자체도 불가능하더라구요. 넓이가 227m2로 거의 70평이나 되는 큰 풀인데 조금 아쉽네요. 그래도 이미 알고 온 사실이니까.
이 때도 방콕의 모든 레스토랑에서 내부 취식이 금지되었습니다. 처량한 뷔페 프로모션. 상황이 조금 괜찮아져서 다시 밖에서 밥을 먹을 수 있다면 전 일단 뷔페부터 가고싶어요. JW메리어트든 웨스틴이든 쉐라톤이든……태국에 오기 전부터 마음 속으로 간절히 바라고 있었던건데.
조식은 원하는 메뉴에다가 제한없이 이것저것 체크하면 됩니다. 조식이 포함된 패키지라 가격을 쓸 필요도 없었구요. 진짜 조식뷔페에서 제공하는 것처럼 메뉴가 다양하진 않아요.
적당한 높이의 20층에 배정받았습니다.
무국적인 색채의 룸
룸 자체는 42m2로 넓습니다. JW메리어트 디럭스의 33m2보다 거의 30%가 더 커요. 일단 면적은 그렇고요. 호텔이 위치한 태국, 혹은 방콕의 특색을 살렸다기보단, 지구 어디서나 비즈니스 고급 호텔을 찾아가면 나올 것 같은 그런 분위기에요. 좀 옛날 인테리어 요소가 많기도 합니다. 나무 가구의 색감도 그렇고 TV 아래 선반도 그렇고. 숙박 자체가 목적이라면 편안하고 안락해 불만요소가 별로 없겠지만 특별하고 이색적인 경험을 원한다면 아쉬울 것 같네요.
알람 시계, 전화기, 아침 메뉴와 기타 등등. 전화기 위의 터치스크린이 에어컨 리모컨이에요. 처음에 리모컨이 안보여서 좀 헤메다가 알았습니다.
나나, 그리고 싸얌을 향해 트여있는 창. 바로 앞의 소피텔과 하얏트 리젠시 때문에 싸얌이 보이진 않아요. 상대적으로 고층 빌딩이 드문 왼쪽으로 저 멀리, 사톤의 킹파워 마하나콘까지 시야에 들어옵니다.
유리 책상은 예쁘지만 랩탑을 많이 쓰는 요즘 시대에 어울리진 않아요. 마우스가 다 광마우스라 유리 위에 얹으면 제대로 좌표 인식을 못하니까요. 급한대로 아무 종이나 깔아서 사용했습니다.
웨스틴 그랜드 수쿰윗의 디테일
2000년대 감성의 조명 컨트롤러. 그래도 그림은 나름 직관적입니다.
자두만한 사과. 열대 과일은 당연히 열대가 맛있지만, 한국에서도 재배하는 사과나 배, 귤은 전 한국 게 더 맛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이 쬐끄만 사과가 한국 사과랑 비슷하게 맛있네요. 과육이 좀 더 쫀득쫀득하고 신 맛보다는 단 맛이 두드러집니다.
일반적인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 커피를 아주 즐겨마시지 않다보니 익숙한 게 마시기 편합니다.
웨스틴 그랜드 수쿰윗의 미니바 메뉴중에는 희한하게 듀렉스 콘돔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격은 220바트, 비싸요.
그래도 책상에 TV와 연결가능한 포트가 잔뜩 달려있는 건 의외네요. 진짜 비즈니스스럽기도 하고. 그것도 요새 거의 쓰는 HDMI만 있는 게 아니라 USB, 오디오, RGB까지 종류별로 다 있습니다. RGB는 진짜 옛날에 쓰던건데. 한 10년 전에도 저거 안쓰고 좀 더 길쭉한 DVI로 넘어갔던 것 같은데. 다양한 손님들이 오는 호텔 특성 상 그런 거겠죠?
방은 꽤 넓지만 방 크기에 비해 삼성TV는 좀 작습니다. 37인치라고 하네요.
색감이 특이했던 욕실
갈색이나 오렌지 계통, 아니면 무채색이 주류인 호텔 욕실. 하지만 웨스틴 그랜드 수쿰윗의 객실은 정말 특이하게도 민트색과 쑥색 타일을 붙였습니다. 룸이 평범해서 욕실에다가 포인트를 준 걸까요? 라운지든 로비든 외관이든 녹색 요소는 식물을 제외하고는 못 본 것 같은데 신선하네요.
샤워부스는 약간 좁은 편입니다. 카메라를 세로로 드니까 실제보다 더 좁아보이네요. 역시 광각. 사진의 위아래가 더 잡아당겨진 탓이겠죠. 초록색 타일을 빼면 나름 평범합니다.
가로 너비가 아주 여유롭고 또 바닥에 착 달라붙어있는 욕조. 웨스틴 그랜드 수쿰윗 객실에서 가장 인상깊게 남았던 부분이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무난무난한데 실제로 몸을 담궈보니 안정감이 대단해요. 양 팔을 편안하게 옆으로 뉘일 수 있고 몸도 더 편안하게 뒤로 제껴지구요. 아주 마음에 듭니다.
웨스틴의 시그니처 스파 브랜드, 헤븐리스파의 어메니티. 그런데 비누라던가 바디로션 등 여러가지 어메니티가 이곳저곳에 배치되어 있어 시선이 분산됩니다.
호텔마다 다르게 생긴 수도꼭지. 디지털 기계들은 적당히 만져보면서 사용 방법을 쉽게 파악할 수 있겠는데 수도꼭지는 항상 헷갈려요. 찬물 뜨거운물 돌려가면서 한두번 맞아보고 나서야 적당한 도를 찾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에 다시 반복.
노멀하고 두꺼운, 수건같은 가운.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지만 전 그래도 JW메리어트나 반얀트리 같은 가볍고 특색있는 가운들이 좋아요.
불이 간간히 들어온 수쿰윗과 플런칫의 호텔들.
종합
일단 가격이 굉장히 저렴한 시기였습니다. 크레딧 1000바트에 메리어트 보너스 포인트 2000. 호텔 요금이 2600바트정도였는데 특전 요소에 조식을 빼면 숙박 자체는 거의 공짜였으니까요. 호텔 자체는 좀 오래됐긴 하지만 이것저것 다 괜찮습니다. 수영장을 이번에 쓰진 못했지만 수영장도 넓고. 하지만 역시 가장 큰 단점은 주변에 경쟁자가 너무 많다는 것. 메리어트로만 봐도 바로 맞은 편에 쉐라톤 그랜드 럭셔리 컬렉션에 BTS 1,2 정거장 안으로 JW메리어트, 메리어트 마퀴스, 메리어트 통로 등 프로퍼티가 몇 개나 있죠. 다른 체인까지 포함하면 더더욱 그렇고요. 하얏트 리젠시, 소피텔, 풀만…… 이런 경쟁 호텔들 사이에서 웨스틴이 파이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 쉽지 않아보입니다. 앞으로 아속의 여러 호텔들을 더 많이 가보면, 좀 더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겠죠. 지금으로선 ‘나쁘지 않다’ 정도?
같은 메리어트의 상위 브랜드, JW메리어트 방콕 리뷰와도 비교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