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시내부터 안목해변, 경포해변과 오죽헌까지, 강릉 여행 1일차
by tripcompany93 · Published · Upda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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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목해변, 경포해변, 그리고 오죽헌
속초 여행 이후 근 3개월 만에 수도권을 벗어났습니다. 목적지는 강원도 동해안, 영동지방의 거점 도시 강릉. KTX가 한시간 더 빠르지만 기차가 아닌 버스로 왔습니다. 서울역은 위아래로 오르내리는 게 너무 많아 고터보다 피로도가 더 배가되는 느낌이라 그리 선호하지 않습니다.
고속버스 터미널과 시외버스 터미널이 붙어있습니다. 시 전체를 보면 살짝 중심을 벗어난 외곽 지역입니다. 일요일 오전인데도 불구하고 버스 터미널은 한산합니다.
바우길 게스트하우스
이번에도 숙소는 게스트하우스입니다. 부킹닷컴을 통해 2박, 5만원으로 예약했습니다. 이 숙소는 8,90년대 느낌이 물씬 풍기는 단독 주택입니다. 요즘 모던 패밀리를 다시 보는데 그래서 그런지 단독주택에 대한 열망이 다시 살아났어요. 마당 있고 해먹도 설치하고 집 안에 홈짐도 만들어보고……
손님은 정말 없었습니다. 1월말, 2월초 여행 황금기인데도 불구하구요. 코로나 이전에는 이 숙소도 손님들로 북적북적했겠죠. 사람이 없는 게스트하우스는 썰렁합니다. 물론 안심이야 엄청 됐지만 온기가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네요.
강릉감자옹심 강릉본점
- 강원 강릉시 토성로 171
- 매일 10:30 – 16:00, 목요일 휴무
- http://naver.me/GSi6ljb0
한반도는 땅이 좁지만 산지가 많아 교통이 불편합니다. 또 영토에 비해 기후대도 다양한 편이고요. 때문에
강원도는 춥고, 척박한 지역이라 ‘생존’하기 위해 여러 음식을 만들어내니 그 중 하나가 바로 감자 옹심이입니다.
강릉 시내, 중앙동에 위치한 가게들은 이런 낡은 주택을 매장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판 떼고 의자 치우면 누가 봐도 주택집이에요. 1박 2일, 수요미식회 나왔던 집이라고 되어있는데 강릉 속초 이런덴 워낙 유명한 관광지니만큼 정말 웬만한 가게들은 방송 출현 몇 번씩은 다 한 상황. 감자옹심이는 정말 안 유명한 가게에 가서 먹으려고 했는데 그냥 걷다보니 나오는, 숙소 바로 앞 가게가 여기더라구요.
제 친가, 외가는 기억이 남아있을 때부터 아파트에 사셨는지라 이런 시골 집에 가 본적이 없습니다. 미디어에서만 봤던 추억.
아주아주 유명하고 방송도 타고 그런 집이라 그런지 가격은 매우 비쌉니다. 감자옹심이가 비싼 재료가 들어가는 음식이 아닌데도요. 9,000원이면 서울에서도 웬만한 가게에서 점심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걱정 반 기대 반.
5분 정도 기다려 나온 감자옹심이. 반찬은 단촐하게 김치 둘. 김가루, 그리고 멸치 육수의 고소한 냄새가 확 올라옵니다. 감자 전분이 국물에 많이 섞여 점도가 높고 불투명합니다. 탕수육 소스보단 묽어요.
많이 성긴 새알을 먹는 느낌입니다. 호박죽이나 단팥죽에 들어간 새알을 먹으면 많이 뻑뻑해서 금방 죽 맛이 사라지고 밀가루 맛만 입에 남죠? 그런 새알 밀도의 한 반 정도 되는 것 같아요. 특별하게 간이 되어있진 않습니다. 수제비처럼 고소한 편은 아니고 나쁘게 말하면 밍숭맹숭합니다. 좋게 말하면 아주 담백하구요. 호불호가 많이 갈리겠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과는 별개로 김치의 퀄리티는 정말 좋았습니다. 깍두기, 배추김치 색, 맛, 향 모두 예술이었네요. 최근 두어달 간 먹은 김치 중에서는 최고로 맛있었습니다.
제가 들어간 시간이 10시 30분에 나온 시간이 11시 정도. 먹고 나와보니 줄이 늘어서 있습니다. 조금만 늦게 왔으면 큰일날 뻔 했어요.
강릉빵다방
- 강원 강릉시 남강초교1길 24
- 매일 12:00 – 20:00, 월요일 휴무
- http://naver.me/F9QPK8zS
커피는 빵과 일심동체입니다. 커피 가는 곳에 빵도 따라가죠. 강릉에는 이성당이라던가, 성심당 같은 전국구로 유명한 빵집은 없지만 그래도 쟁쟁한 베이커리가 많습니다. 베이커리 역시 크게 두 분류로 나뉩니다. 단팥빵, 고로케 같은 기본 메뉴에 큰 변화를 주지 않고 그 퀄리티를 발전시키는 클래식한 빵집. 그리고 여러가지 조합과 변화를 시도하며 자체적인 메뉴를 만들어나가는 빵집. 이 강릉빵다방은 그 중 후자입니다. 안목해변으로 가는 버스에서 내려 잠시 들렀습니다.
인절미 빵이 시그니처 상품입니다. 크림빵도 있고 식빵도 있고 다양하다네요.
가게 내부가 그렇게 넓은 편은 아닙니다. 딱 이거에 저 너머 보이는 냉장고가 끝. 2,3층은 테이블, 식사공간인데 지금은 들어갈 수가 없네요.
사진을 대강 봐서인지 이게 인절미빵인 줄 알았습니다. 가격이 얼마였더라…. 7천원이었나. 식빵 치고는 좀 세죠? 주변을 슬 들러보니 3천원짜리 인절미빵은 카운터에 진열되어 있었습니다.
무슨 맛인지 궁금했던 용암빵. 매운 만두 느낌이라고 하는데 하나 사 먹어볼 걸 그랬어요. 배가 터지는 한이 있더라도. 서울 돌아온 지금 가장 생각나는 음식입니다.
12시 오픈에 제가 도착한 시간은 약 11시 40분. 오픈 후 늘어선 줄이 대단합니다. 한번에 8명까지 입장 가능해서 줄이 좀 늘어지는 감이 있지만 그래도 25팀 가까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팥과 버터가 들어간 앙버터. 팥앙금의 스타일이 아주 거치네요. 팥알의 껍질과 형태가 한 절반 정도는 남아있는 듯 합니다. 원래 앙버터를 크게 좋아하진 않습니다. 팥의 향과 맛이 너무 개성이 강해서요. 비슷한 음식인 카야 토스트는 버터 맛이 진하게 느껴져서 아주 좋아합니다.
인절미 가루가 잔뜩 묻은 인절미 크림빵. 강릉빵다방의 주력 메뉴입니다. 이 베이커리는 강릉 시내 중앙동과 안목해변, 강문해변의 중간에 있습니다. 주변은 아파트라던가 자그만 공장들이 있어서 관광 스팟이랄 건 없구요. 그래서 대중교통보다는 자동차로 오는 게 훨씬 편합니다. 근데 자동차로 오시는 분들은 차 안에서 이 빵을 먹기 힘들 거에요. 인절미 가루가 뿜뿜하니까요.
크림만 들어있을 줄 알았는데 이것도 팥이 들어있네요? 앙버터를 잔뜩 먹고 난 다음이라 팥의 단맛에 조금 물려 조금 아쉬웠습니다. 크림 색이 희미한 갈색을 띄는데 역시 인절미 가루가 섞여 있습니다. 설빙을 빵으로 만들어놓은 느낌이에요. 또 빵의 두께에 비해 크림과 빵의 비중이 높습니다. 더 트렌디한 스타일이지만 전 그래도 크림보다는 밀가루의 고소함이 좋아요. 빵의 비중이 더 높았으면 더 맛있었겠네요.
안목해변, 그리고 커피거리
강원도 해안선의 20퍼센트를 넘게 차지하는 강릉. 그리고 그 해안선의 대부분이 이런 백사장입니다. 해변이 엄청나게 많아요. 열 개도 넘을 겁니다. 안목해변은 그런 강릉 해변 중 두 번째로 유명한 곳입니다. 첫번째는 말할 것도 경포죠.
강원도 바다는 참 쨍한 파란색이라 머리가 시원해집니다. 아, 비유적으로요. 실제로 두피가 시원해지면 안되겠죠. 그리고 강릉 해변은 속초보다 더 맑아요. 인적이 드문 고성, 삼척까진 아니고 그 중간 정도?
강릉항 부두로 가는 길에서 바라본 안목해변과 커피거리. 건물 너머로는 오대산과 태백산맥이 보입니다. 강릉은 영동지방에서 평야가 가장 넓은 편입니다. 그래서 속초나 양양에서처럼 산맥이 가깝지는 않고 꽤 멀게 느껴져요.
안목해변과 붙어있는 강릉항 여객터미널에서는 울릉도로 가는 배를 탈 수 있습니다.
버거 웍스
- 강원 강릉시 창해로14번길 12
- 매일 10:00 – 23:00
- 금요일 10:00 – 01:00
- 토요일 10:00 – 01:00 공휴일
- http://naver.me/GQ4FL2Ni
서핑하면 따라오는 음식이 바로 수제버거. 서핑이 처음으로 태어난 미국 서부의 메이저한 음식이 햄버거라 그렇습니다. 안목해변은 서핑으로 유명한 곳은 아니지만 바닷가 하면 왠지 끌려 들어가봅니다.
가격은…… 비쌉니다. 유명한 가게들인 다운타우너나 브루클린 버거 조인트보다 더 비쌉니다. 쉑쉑버거에 패티 추가하면 이 정도 가격이 나왔던 것 같은데 주문하기 전에 일단 걱정부터 되네요. 햄버거로서는 아주 비싼 가격. 그리고 한 끼 점심 식사로서도 절대 싼 가격은 아닌데 과연 금액에 맞는 퀄리티를 제공할 수 있을까요?
대세로 떠오른, 한 입에 먹기 좋은 스타일이 아니라 예전 크라제 버거 같은 아주아주 큰 스타일입니다. 빵은 위 아래로 많이 두껍구요. 패티가 절대적으로 봤을 때 얇은 편은 아니지만 다른 파트가 너무 많아 ‘상대’적으로 적게 느껴집니다. 다만 그 동물성 식재료의 풍미는 치즈가 좀 보충해줍니다.
15000원에 가까운 햄버거 세트에서 가장 아쉬운 건 바로 오뚜기 케찹이었습니다. 오뚜기…… 차라리 1회용이 아니라 하인즈나 헌트 같은 해외 브랜드 케찹을 미리 짜서 제공했으면 더 좋았을거에요.
이런 수제버거는 참 호불호가 많이 갈립니다. 햄버거라기엔 참 먹기가 불편하니까요. 여지없이 마지막엔 모양이 망가져 버립니다.
안목해변에서 강문해변으로 걸어가기로 합니다. 두 해변 사이의 거리는 약 3.5km. 그 사이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해안 송림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렇게 가깝진 않지만 또 못걸어갈 정도는 아닙니다. 푹푹 발이 빠지는 모래 위는 힘드니까 송림 한가운데로 지나가봅니다.
또 중간에는 군부대도 있고 군에서 운영하는 송정 콘도도 있습니다. 정확하게는 국군복지단에서 운영하는 거죠. 저 로고는 군 생활하면서 많이 보셨을거에요. 물론….. 대부분 간부들이 이용하겠지만요. 전 군생활하면서 휴가나가서 군 콘도 가는 사람들을 본 적이 없네요.
강문해변, 경포해변
앞에 보이는 호텔이 세인트존스, 뒤에 보이는 호텔이 씨마크입니다. 규모는 세인트존스가 많이 크지만 가격은 씨마크가 세네배는 더 비쌉니다. 백사장 모래는 거칠지만 부드러워 발이 푹푹 빠집니다. 아예 맨발이면 몰라 모래가 들어갈까봐 걱정되는 운동화를 신으니 평소보다 힘이 더 들어가서 금방 지칩니다.
세인트존스 호텔은 씨마크가 너무 비쌀때 세컨드 옵션으로 가장 많이 고려되는 호텔입니다. 적당히 멋있게 생겼고 규모도 크고. 단점은 주변에 카페나 술집 같은게 별로 없다는 거? 호텔 바로 앞 상가에 몇군데 있긴 하지만요. 호텔 여기 저기 런닝맨에 나왔다는 걸 홍보하는 문구가 써져 있습니다.
또 특기할만한 건 호텔 이름이 한글로 써져 있다는 것. 이런 대형 호텔에서 저런 고딕 한글폰트로 이름을 써놓는 걸 본 적이 없어서 정말 이색적이네요. 호텔의 전반적인 모티브는 카리브 해 섬나라, 앤티가 바부다의 수도 세인트존스입니다. 앤티가 바부다….. 사회가 부도 보면서 낄낄거렸던 이름이에요.
강문해변에 설치된 조형물. 이런 조형물은 어딜 가나 있죠. 포토스팟을 만들기에 가장 가성비가 좋은 오브젝트입니다. 겨울 관광객 수는 안목해변보다 적습니다. 바닷가에 바로 접한 카페 숫자가 그쪽이 압도적이거든요. 주차장도 훨씬 접근성이 좋아 드라이브하고 바람 쐬기에는 경포, 강문보다 안목해변이 훨씬 좋습니다.
강원도 대장호텔 씨마크. 현대중공업그룹이 소유한 호텔입니다. 자동차 파는 그 현대가 아니라 배 만들고 기름 파는 현대에요. 정확하게는 현대중공업 그룹 산하 호텔현대에서 운영하는데 이 호텔현대가 경주나 다른 지역의 호텔을 전부 사모펀드에 매각하는 과정에서도 이 씨마크만큼은 놓지 않았습니다. 객실 수는 150개로 작은 편이라 관광수요가 몰리는 성수기에는 예약하기 참 힘듭니다.
그런 대형 고급 호텔 외에도 모텔 수준의 숙박업소도 꽤 있습니다. 여기 뒤로는 경포호가 펼쳐져 땅이 넓지 않아요. 그래서 아주 많진 않고 열 개 정도? 아마 동급 퀄리티면 이 강문, 경포해변 바로 앞 가게들이 제일 비쌀거에요.
강릉 스카이베이 호텔. 2021년 2월 현재 10만원 중반대입니다. 누가 봐도 싱가폴의 마리나샌즈베이를 팍팍 벤치마킹한 이 느낌. 좀 더 뭉툭해졌습니다. 꼭대기에는 인피니티풀이 당연히 있구요.
경포대는 사실 바닷가에 있지 않습니다. 부산의 해운대나 이기대, 몰운대와 다릅니다. 호수인 경포호수 북쪽에 있는 누각 이름이죠. 사진에 보이는 호수 중앙 섬의 건물도 아닙니다. 저건 월파정이구요. TMI지만 이 누각을 뜻하는 대(臺)는 대만의 대 이기도 합니다. 그냥 그렇다구요.
벌써 3년이나 지난 평창 동계올림픽의 흔적. 오랜 친구들은 다시 만나도 반갑네요. 그때도 귀여웠지만 지금도 귀엽습니다.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 예정지는 베이징입니다. 그런데 2020년 도쿄 올림픽도 1년이 밀리고 이제는 개최도 불투명한 상황인데 과연 내년 동계올림픽은 제대로 열릴 수 있을까요.
강릉 1타 유적 오죽헌
오죽헌, 아마 바다에 관련된 관광지 말고 강릉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곳 아닐까요?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가 살던 이 곳은 경포호 서쪽, 강릉 시내에서는 북쪽에 있습니다. 스카이베이 호텔 뒤쪽에서 40분에 한 대 오는 버스를 타면 쉽게 올 수 있습니다.
오죽헌 티켓은 오만원짜리 처럼 생겼습니다. 이럴 수가…. 굉장히 이득 본 느낌이네요. 3천원으로 5만원 모형을 사다니.
율곡 이이 선생은 1536년에 태어나 1584년에 돌아가셨습니다. 16세기 사람이죠. 동 시기 서양에서는 대항해시대가 한참 전개되고 있었습니다. 또 같은 해 일본에서는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태어났습니다. 히데요시는 1592년, 임진왜란을 일으키고도 6년을 더 살아 61세에 세상을 떠났지만 이이 선생은 1582년, 47세라는 이른 나이에 타계해 전쟁을 겪진 않았습니다.
3천원짜리 티켓을 사서 들어가면 오죽헌 본 건물뿐만이 아닌 다양한 박물관들이 같이 있습니다. 오죽헌 시립박물관, 선비문화 체험관, 율곡인성교육관 등등.
오죽헌의 가장 오래된 것들 중 하나인 배롱나무. 600살이 넘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진짜 고택에서만 느껴지는 아우라가 있어요. 빛 바랜 나무에서, 그리고 오래된 기와에서. 일단 새로 칠한 알록달록한 한옥들만큼 화려하진 않지만 시간에서 나오는 풍미가 압도적입니다.
본 건물은 제대로 남아있지만 기둥 아래에는 시멘트가 발려있습니다. 이런 건 아쉽네요. 경주의 양동마을에선 그냥 흙으로 자연스럽게 덮혀 있었는데요.
오죽헌의 오는 다섯 오(五)가 아니라 까마귀/검을 오(烏) 입니다. 그에 걸맞는 검은 대나무.
초당 순두부
초당은 순두부로 유명합니다. 강릉 오리지널 음식 중 유명세로만 따지면 교동 짬뽕에 약간 밀리는 2등이지 싶어요. 그리고 또 재밌는 점은 역사가 몇백년 된 오래된 음식인데도 그 기원이 굉장히 명확하게 전해진다는 것. 허균, 허난설헌의 아버지, 허엽이 처가가 있는 강릉의 맑은 물로 두부를 만든게 시초입니다. 초당은 허엽의 호 에요. 재밌게도 강릉 태생인 율곡 이이와는 사이가 굉장히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전국에서 북창동 다음으로 유명한 순두부 골목 아니랄까봐 가게들이 엄청 많습니다. 제가 알기로 여기서 제일 잘나가는 순두부는 동화가든 원조짬순입니다. 짬순은 짬뽕순두부인데 완전 초대박을 냈죠. 두시간은 그냥 기다릴 정도로요. 서늘한 날씨라 삼삼한 맛이 그리고 이번에는 그냥 일반 순두부를 먹기로 합니다. 사실 두부전골이 먹고 싶었는데 그건 전부 2인분 이상만 되더라구요.
석 달 전에 멋었던 속초의 김영애 순두부가 생각납니다. 속초 티어리스트에서는 오리지널리티가 강릉에 있기에 속초 순두부를 한 단계 내렸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연속적으로 비교해보니 그쪽이 순두부 자체는 더 맛있었어요. 고소하지만 특별히 다른 점은 없는 맛있는 순두부.
작은 모두부와 돼지고기 김치 볶음이 반찬으로 나오는 게 참 마음에 듭니다. 저거 김치랑 돼지고기가 완전 밥도둑이더라구요. 글을 쓰는 지금도 그 새콤 짭쪼름 매콤한 맛을 생각하니 입에 침이 고이네요.
강릉 중앙시장
역사가 오래된 큰 도시에는 웬만하면 도시 중앙에 오래된 철도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철도가 자동차의 대중화보다 역사가 훨씬 오래되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도시 시내, 그것도 지상 위를 지나가는 이런 기차들은 이미 경쟁력을 잃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도시 사람들은 그런 폐철길을 살릴 방법을 열심히 짜냈습니다. 답은 대부분 공원이었구요. 연남동의 연트럴 파크라던가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라던가. 땅값이나 개발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외곽지역은 철길을 그대로 둬 포토스팟으로 만들기도 했습니다. 부산의 미포 같은 케이스입니다.
월화풍물시장은 그런 폐철도 노선 위에 전통 시장을 설치한 경우입니다. 안에는 빈대떡, 녹두전 등을 파는 간이 음식점들이 좌르르 줄지어 있습니다. 대부분 할머니들이 운영하는 곳이었고 손님들은 외지 관광객보다는 로컬 할아버지들이었네요.
월화풍물시장이 끝나면 중앙시장이 나옵니다. 시골 시장은 참 재밌습니다. 늦은 시간인지라 즉석조리식품이 아닌 다른 물건을 파는 가게들은 대부분 닫았습니다.
호떡. 일반 호떡도 파는데 츄러스+아이스크림 조합처럼 호떡을 잘라서 아이스크림과 곁들여주는 아이스크림 호떡도 있었습니다. 가격은 2,500원.
윗윗동네, 속초의 영향을 받은 닭강정 가게도 있습니다. 맛은 생각보다 괜찮다고 합니다. 마지막 날 서울 돌아갈 때 사가려고 했는데 버스 시간이 빠듯해서 실패한 게 안타까워요.
부산 명물 어묵 고로케의 대게 버전? 완전 대게는 아니고 게맛살 비중이 높지 않을까요? 진짜 대게를 썼는데 저 단가가 나오려나……
다음 날 먹기로 한 소머리국밥. 역시 시장하면 국밥이죠. 아마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늦게라도 들어가 천천히 국물에 소주를 걸쳤을 수도 있겠죠. 그런데 아홉시면 가게들이 문을 닫아버리니 참 아쉬워요.
강릉 2일차는 곧 작성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