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 리뷰 in 20만원짜리 에디터룸
by tripcompany93 · Published · Updated
포스팅 목차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
이번 포스팅은 홍대 서교동에 위치한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 리뷰입니다. 정확한 이름은 ‘라이즈’구요. 메리어트의 프리미엄 브랜드, 오토그래프 컬렉션에 가입해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이란 풀 네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홍대입구, 망원, 상수, 연남, 합정 등 주변 상권을 통틀어 대장급인 호텔이기도 합니다.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은 홍대입구부터 합정역까지 이어지는 양화로 한복판에 위치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쟁 호텔은 롯데의 ‘L7’, 그리고 이번에 개관한 아코르의 ‘머큐어 앰베서더’죠. 이 외에도 메리골드, 나인브릭, 홀리데이 인 익스프레스 등 중저가형 호텔들이 양화로를 따라 늘어서 있습니다.
이 호텔은 이런 홍대 호텔들 중에서도 특별히 비싼 가격을 자랑합니다. 이런 절망적인 시즌에도 15만원 이상, 코로나 이전에는 기본이 되는 크리에이터 룸도 20만원 이상씩 했죠.
물론 홍대란 상권 자체가 비싼 호텔과는 잘 어울리지 않긴 합니다. 돈 많이 쓰는 비즈니스맨들, 그리고 회사들이 있어서 출장 수요가 많냐? NO. 아니면 주변이 부촌이냐? 그것도 No. 외국 여행객이 많긴 하지만 개인 여행객들은 주로 게스트하우스로 많이 빠지고 단체 여행객은 접근성 좋은 명동에서 대절버스를 통해 홍대로 오죠. 홍대에서 주로 노는 젊은 층들은 모텔로 주로 빠지고요.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은 그런 상권의 틈새를 잘 노렸습니다. 어쨌거나 서울의 초대형 상권, 돈 많은 사람들, 쓰고 싶은 사람들은 있고 그런 사람들은 이 라이즈로 옵니다.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의 오너는 아주그룹입니다.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의 전신이었던 서교 호텔 역시 아주그룹이었습니다. 아주그룹은 특1급 호텔이던 서교호텔을 1987년에 인수해 거의 30년 간 운영하다 홍대의 부상에 맞춰 재건축했습니다. 13층이 22층으로, 거의 2배 가까이 높아졌죠. 양화로를 걸을 때 가장 눈에 띄는 건물이 바로 이 라이즈입니다.
이제 들어가볼까요?
숙박 개요
숙박 일자 : 2020년 12월 13일 일요일
숙박 타입 : 에디터룸, 22만원
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서교동 양화로 130 /2,6호선 합정역과 2호선 경의중앙선 공항철도 홍대입구역 사이
체크 인
1층에는 컨시어지와 커피샵이 있습니다. 물론 커피샵은 영업 중단입니다. 같은 오토그래프 컬렉션인 시청의 더플라자보다 많이 밝은 느낌이죠? 컨시어지만 없었으면 갤러리 입구라 봐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리셉션 데스크와 로비는 3층으로 올라갔습니다. 2층은 일반적인 상업 공간으로 활용중인데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문을 닫았네요.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의 로비에는 몇 가지 눈에 띄는 요소가 있습니다. 보통 호텔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소재들이에요. 체인 커튼, 노출콘크리트 같은 것들요.
리셉션 데스크는 왼쪽에 있습니다. 직원들의 복장도 상대적으로 풀어진 편입니다. ‘홍대’의 고급 호텔이란 느낌이 딱 어울리네요. 목시 같이완전 캐주얼한 스타일은 아니고요. 품이 넉넉한 셔츠에 머리 망은 없습니다. 스마트 캐주얼과 스트릿 사이의 어딘가 정도?
리셉션 데스크와 엘리베이터 사이에 놓인 라이즈 굿즈 진열대입니다.
체인 커튼. 신기하죠? 3층 천장, 조명 라인을 따라 이 금속 천이 설치되어있고 중간에는 아예 기둥처럼 길게 쳐져 있어요. 금속과 유리커튼 퓨전시키면 이런 모양새가 나올까요?
객실 키, 그리고 홀더에는 라이즈의 Y가 인쇄되어 있습니다.
황량한 공용 공간들
객실로 올라가기 전 공용 공간들을 먼저 둘러봅니다. 이미 알고 있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피트니스는 물론이고 식당, 바까지 전부 닫았다는 걸요. 비즈니스 고객이 거의 없는 홍대 특성상 코로나 사태에 더 취약한 호텔이지만 그래도 씁쓸하긴 씁쓸합니다. 5성에 가까운 4성급 호텔이 이렇게 황량해졌네요.
헬스장 때깔이 꽤 좋습니다.
비즈니스 라운지는 아예 불을 다 껐습니다. 식당은 문을 닫은 걸 넘어서 안을 보지 못하게 막아놨어요. 거의 몇 달 넘게 영업을 안했을거에요. 15층의 바도 폐쇄구요.그래도 호텔인데 간단한 메뉴로 영업이라도 했으면 좋았겠지만 사정이 좀 심각하게 나쁜가봐요.
복도, 그리고 사인
각 층을 알려주는 사인의 뒤에는 두꺼운 페인트가 발려 있습니다.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에서 사진과 실제의 간격이 가장 큰 오브젝트입니다. 사진으로 보는 유화와 실제로 보는 유화의 차이와 같아요. 거친 붓질이 주는 양각 입체감이 톡 튑니다.
복도에서는 이상한 향이 났습니다. 강하게요. 제가 최근 간 호텔 중 엘레베이터에서 내렸을 때 이 정도 세기 향을 느낀 곳이 JW 메리어트 서울이었는데요. 거긴 꽃밭같이 화려한 향이었다면 라이즈는 콘크리트와 석재의 냄새였어요. 쉽게 익숙해지는 건 아니더라구요? 일부러 이런 향을 만든 건지, 아니면 뭔가 문제가 있는 건지?
썩 유쾌한 향은 아니었는데(제 취향이 심하게 아닐지도요) 그 덕분에 라이즈가 인상 깊게 남긴 했습니다. 원래 냄새가 사람의 기억에 큰 요소를 차지한다고 하잖아요?
기역 자로 벽에 매립된 조명은 굉장히 미래적입니다. 옛날 SF영화트론이 머릿 속에 떠올랐습니다.
In to the room
객실 키를 꽂았지만 그렇게 룸이 밝진 않습니다. 불이다 켜진 건가 싶었는데 다 켜져 있었습니다. 일단 룸 자체가 조도가 낮게 설계되었더라구요. 이 날 눈이 오고 구름이 많이 끼어 햇빛이 안 들어오는 건 덤이었구요.
보편적인 미국실 호텔 구조에서 약간 변화를 주었습니다. 옷장이 다른 장소로 빠졌어요. 그건 조금 뒤에 살펴보기로 하고요. 또 벽이 리셉션 데스크와 로비, 복도에서 사용된 노출 콘크리트입니다. 때문에 편안한 침실 같은 느낌이 들진 않아요. 안락함보다는 시각적으로 쿨하다는 이미지입니다.
*미국식 호텔 구조 : 문을 열면 좌우로 욕실, 옷장이 배치되고 제일 안쪽에 침대가 들어간 방식. 위대한 호텔리어 콘래드 힐튼이 대중화시켰다.
에디터 룸(디럭스)
홍대에 있는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은 홍대 아니랄까봐 룸에 ‘창의’적인 이름들을 붙였습니다. 일반적인 스탠다드는 크리에이터 룸, 디럭스는 에디터 룸, 좀 더 좋은 룸은 디렉터 룸. 그 위에는 프로듀서 스위트, 아티스트 스위트 등 스위트 룸들이 있구요. 그런데 스위트 등급들은 메리어트 본보이로는 잘 풀리지 않습니다.
라이즈 호텔은 4성급이지만 룸은 다른 4성 대비 많이 넓습니다. 웬만한 5성급 호텔만큼요. 가격 대비 면적비가 높은 송도의 4성 호텔보다 더 넓습니다. 실제로 공간도 넉넉하고 좀 더 넓어보이기 위해 수를 쓴 것도 있습니다. 일단 문짝이 없는 옷장을 침대 옆으로 배치한 게 대표적입니다. 실제로 몸이 들어가는 공간은 아니지만 빈 공간이 룸 내부에 추가되니 시각으로는 훨씬 넉넉해 보이더라구요. 하나씩 살펴볼까요?
산뜻한 침대
킹 침대입니다. 침대 위치나 사이즈 자체는 다른 호텔들과 같습니다. 하지만 룸이 가로로 길쭉해 몸으로는 색다르게 느껴집니다. 창문이 바로 옆에 있어서 누워서 고개만 돌려도 아래가 잘 내려다보여요. 대신 TV는 그만큼 멀어졌습니다. 방을 전반적으로 어둡지만 침대 위에만 밝은 조명이 달려 있습니다. 책 읽기에는 딱 적당할 정도로요.
예상치 못한 센스
마스크 팩 두장, 그리고 공기가 놓여져 있습니다. 전화기나 시계는 다른 호텔에서도 많이 본 익숙한 디자인입니다.
살구가 있습니다. 아, 이거 다른 지방에서는 공기라고 부르죠? 특별히 고급스럽지도 않은 500원짜리 공기인데 이게 또 신선하더라구요. ‘놀이’를 소품 하나로 요약해 내놓았습니다. 물론 어릴 때 그 실력이 나오진 않았습니다.
화장실로 연결되는 침대 옆 제2통로입니다. 미닫이 문에는 거울이 달려 있습니다. 화장실 안쪽에서도, 또 바깥쪽으로도요. 문을 열어놓으면 화장실이 훤히 들여다 보여서 넓어보이고, 문을 닫아도 거울 덕분에 공간감이 두드러집니다.
몇 번 만지다가 작동 방법을 잘 모르겠어서 냅둔 스피커.
커피나 차 같은건 평범했습니다. 캡슐이랑 일반 커피랑 편의성 차이가 참 크더라구요. 타 먹는게 귀찮아 그냥 냅뒀습니다.
테이블, TV, 소파. 많이 어둡다.
세 명 정도까진 재밌게 놀 수 있겠다 싶은 작은 테이블과 소파입니다. 실제로도 라이즈 리뷰들을 보면 여성분들이 파티하기 위해 숙박한 케이스가 많더라구요.
일단 ‘에디터’한테는 어울리지 않습니다. 웃기지만 그래요. 에디터가 뭔가요. 뭔가 막 쓰고 작업하고 그런 직업이잖아요. 책상 높이나 의자가 일하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치킨이나 피자에 맥주 먹기에 적당한 정도?
다른 장점은 룸이 가로로 길쭉한 편이라 TV와 침대 사이 공간이 아주 넉넉합니다. 닌텐도 스위치나 플스 같은 콘솔 게임기로 놀기 딱 좋아요. 이 자리가 좁으면 저스트 댄스나 암즈 같은 몸 움직이는 게임을 하기가 힘드니까요.
젊은 층들 오는 호텔답게 충전포트는 넉넉합니다. TV로 연결되는 HDMI 포트도 있습니다. 주섬주섬 선 꽂기 귀찮아서 잘 쓰진 않지만 그래도 있으면 좋은 포인트.
짙은 유채색을 많이 쓴 호텔답게 커튼도 주황색입니다. 물론 전동 개폐식은 아닙니다.
눈 오는 날의 홍대
햇빛인 커녕 푸른 하늘도 보이지 않아 아쉬웠던 하루. 도심 호텔에 갈때마다 느끼는 점이 있어요. 야경은 밖에서 보는 게 예쁘다. 아무리 화려한 조명이 있어도 룸에서 불 켜는 순간 내부 조명이 다 비쳐서 말짱 황이에요. 주간 뷰가 아름다운 객실이 최고입니다. 오후에 체크인 할 때, 또 아침에 일어나서 커튼을 걷을 때 감동을 두 번 느낄 수 있으니까요.
제가 숙박한 에디터룸 1313호는 양화로(홍대 메인도로)가 아닌 반대편을 향해 창이 나 있습니다. 바로 앞이 홍대거리 오르막길이구요. 조금 뒤에 홍익대학교 건물이 보입니다.
디자인이 쌈박한 가운과 슬리퍼
객실 총 점수가 100점이라 가정해 봅시다. 여러 분야가 합쳐져 100점이 됩니다. 침대, 화장실, 뷰, 어메니티 기타 등등. 전 그 중에서 가운과 슬리퍼에 20점을 배정합니다. 객실에 한 번 들어가면 잘 나오지 않는 스타일이거든요. 몸에 오래 휘감고 있는 가운이 특이하거나 아주 편안할수록 전반적인 시간의 질이 올라간다고 생각합니다. 가만히 누워만 있어도 행복한 거죠.
20점을 만점이라 했을 때, 라이즈의 점수는 15점입니다. 우선 가운이 아주 들었어요. 흔하디 흔한 하얀 색이 아니라 일단 좋았구요. ‘샤워’ 가운이라기보다는 가운에 로브, 후디를 섞어놓은 디자인이 쿨합니다. 슬리퍼도 예쁘고 푹신합니다. 가운이 좀 더 푹신했으면 20점 줬을 거에요. 일반적인 맨투맨에 가까운 재질이었습니다.
욕실, 그리고 화장실
아까 위에서는 침대로 난 화장실 문(거울)을 보여드렸죠? 이쪽은 복도쪽을 향해 난 입구입니다. 아쉽지만 욕조는 없습니다. 디럭스 룸인데도요.
거울과 공간활용
침대와 복도로 향해 난 두 개의 문 모두 거울이 달려 있습니다. 때문에 화장실 안에서 문을 닫아도 답답하다거나 좁다는 느낌이 전혀 없어요. 또 거울도 아주 깨끗하게 반짝거렸구요.
발랄한 타일, 그리고 조명
호텔이 전부 그렇지만 가장 밝고 화사한 곳이 바로 화장실입니다.
샤워부스의 공간이 참 넉넉합니다. 욕조를 안넣은 대신 샤워부스를 크게 달아줬나봐요. 특이한 점은 수도꼭지들이 반대편에 달려있다는 것.
디자인은 심플, 간결합니다. 그런데 왜 여기 달아뒀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해바라기 샤워기에서 떨어지는 차가운 물을 바로 맞지 말라고 공간을 둔 걸까요?
수건들은 무난했습니다.
어메니티
어메니티는 딱 라이즈 호텔에서만 사용되는 벌크 제품입니다. 따로 브랜드가 있진 않고 라이즈에서 자체적으로 발주를 넣어 만든 전용이에요.
미묘하게 아쉬운 수치
아주아주 예쁜 화장실을 보며 처음에 생각했습니다. 와 팬시한데? 그런데 실제로 사용하니 불편한 점이 몇 군데 있더라구요. 어메니티의 품질에는 만족했습니다.
사진의 세면대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세면대 끝과 수도꼭지가 너무 딱 붙어있어요. 손을 씻으면 물이 위로 다 넘치죠.
두번째는 고정되어있는 어메니티. 유리병 파손을 걱정해서인지 금속 받침대에 넣어놨는데 이것도 기울일 수 없어서 불편해요. 살짝 누르면 안나오고 세게 누르면 거의 발사되는 수준으로 튀어나오는데 참 애매하더라구요.
마지막은 샤워부스 아래 튀어나온 의자같은 부분. 물론 샴푸, 바디워시도 로션처럼 많이 튀어나오긴 했습니다만 좀 많이 짜도 괜찮고 항상 물이 흐르는 샤워부스이기에 그건 오케이였습니다. 그런데 저 의자는 참 애매했습니다. 천장에서 떨어지는 뜨거운 물을 맞으며 앉아있기에는 길이가 다릅니다. 또 끄트머리 마감 각이 날카로워 막상 앉아도 촉감이 썩 좋지는 않더라구요.
9시가 넘으면 모든 가게가 영업을 종료합니다. 한때는 불야성이었던 홍대 거리도 9시되면 귀신같이 조용해지고 어두워집니다.
라이즈 오토그래프 컬렉션 숙박 요약
짧았던 라이즈 호텔에서의 숙박은 이렇게 끝났습니다. 몇년 전, 이 호텔이 오픈할 때 한 번 온 적이 있어요. 활기차고 사람들이 북적였던 그 때와 황량한 지금을 비교하니 참 안타깝네요. 일반적인 호텔이고 부대시설들이 열기라도 했으면 차라리 나았을 거에요. 나 혼자 전세낸 느낌으로 놀면 되니까요.
하지만 하지만 홍대라는 플레이그라운드의, 소통과 커뮤니티를 강조한 호텔이 이런 상황에 처하니 더 꽉 막힌 느낌이었습니다. 오픈한지 몇 년 안 된 호텔이니 영업 중단까지야 가진 않겠지만 어서 예전의 그 분위기가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좋았던 점 – 힙한 호텔. 넓은 방. 좋은 위치
아쉬웠던 점 – 약간 아쉬운 화장실, 죽기 직전의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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